경계가 허물어 지는 시대이다. 과거가 기업조직과 경영방식에 하나의 표준조직이 통한 시대라면 21세기는 다양한 기업조직과 경영방식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기업성장방식에 있어서도 과거시대가 유기체적 성장이나 M&A 나 다각화의 시대라면 21세기는 전략적 제휴의 시대이다. 산업에 있어서도 과거가 물적 산업시대라면 21세기는 지식산업 시대가 된다. 기업조직이나 경영에 있어서도 과거에는 미국은 미국식 일본은 일본식을 중시했으나 21세기는 서로의 장점을 혼용하는 시대가 된다.
재벌에 대한 국민인식도 혁신해야 한다. 어느 서울대 교수는 재벌에 대한 국민의식의 혁신 없이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재벌이나 대기업을 좋다 나쁘다 판단할 때 그 평가기준을 지금까지의 소유와 경영의 분리, 문어발 경영 문제, 업종 전문화, 기업가의 인기 가 아니라 한국의 근본 경제문제의 해결에 얼마나 공헌하는가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흔히 재벌이라 말하는 기업그룹에는 분명히 플러스 측면과 마이너스 측면이 있다. 마이너스 효과를 부각시키고 이의 시정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플러스 효과를 더 크게 하면서 마이너스 효과를 시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 나라가 기업 그룹을 추구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열해 보았다. 물론 가장 이상적인 것은 기업 그룹(대기업), 중소기업, 소기업이 모두 존재하고 각각의 기업들이 상호경쟁 및 보완을 통해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산업은 하나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 그룹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중소기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을 위한 변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기업 그룹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그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대한 반박이라고도 할 수 있고, 기업 그룹 옹호론 이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 기업 그룹이 살아야 경제가 살 수 있다. 대만의 경우 중소기업만으로도 잘 살고 있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대만은 소국이고, 우리 나라는 인구 4천500만의 대국이다. 내수 시장만 해도 큰 시장이며, 4천500만 인구를 모두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 규모가 클 수밖에 없음은 자명한 일이다. 그만큼 많은 물품의 거래가 필요하고 수입?수출이 필요하며, 그만큼의 거래와 수입?수출을 위해서는 운송 수단, 시장, 생산수단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우리 나라도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소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기업 역시 미국의 기업에 비하면 중소기업 정도밖에는 안 되는 것이다.
사고방식을 바꿔야 한다. 기업 그룹을 경영하는 경영자부터 정치인, 관료들, 그리고 국민들 모두가 사고방식을 바꾸어야 한다. 기업 그룹은 안 좋다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금까지의 과오를 범했던 경영자들은, 정치인들은, 관료들은 정도의 길을 걷도록 해야한다. 경영자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전문 경영인이 되어야 한다. 기업이라는 꽃은 홀로 피지 못한다. 어느 한 기업만이 아니라 관련기업과 더불어 기업의 무리가 통째로 일어서야 된다. 모든 경영자들이 창조적인 정신을 가지고 기업이 하는 여러 방면의 일을 혁신해 나가야 하겠다.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과 일본 역시 엄청난 기업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그들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살리고, 우리 나라의 풍토에 맞는, 문화에 맞는 기업 문화를 바탕으로 기업 그룹을 형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며, 세계 경제 대국으로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