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 수를 늘리거나 교향곡의 전 악장을 같은 주제로 쓰기도 하고, 문학적 또는 회화적인 내용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표제를 도입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교향곡의 전통적 형식은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낭만주의적 정서를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고, 그래서 탄생한 것이 교향시이다. 교향시는 낭만주의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소품 선호 경향을 반영하며, 음악과 문학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장르이다.
교향시의 대표적인 작곡가로는 프란츠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가 있다. 리스트는 13개의 교향시 중 12개와 2개의 표제적 교향곡들을 썼다. 교향시들은, 한편으로는 베토벤과 멘델스존의 음악회용 서곡으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슈포어와 베를리오즈의 표제적인 교향곡으로부터 유래하였고, 규모와 범위에 있어서는 서곡과 교향곡 사이의 중간 자리를 차지한다. 본래 서곡으로 고안된 교향시들은 거의 소나타 형식을 밀접하게 닮은 반면에 철학적인 시들은 b단조 소나타의 이중기능 형식을 시도하였다. <프렐류드>는 가장 빈틈없이 조직된 작품이고, <타소>, <마제파>, <오르페우스>, 그리고 <훈족의 전쟁> 등이 그 외의 중요한 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프렐류드>는 오늘날 가장 자주 연주되는 것으로, 외형적으로는 리스트의 자전적인 내용으로 추정되는 인간 삶의 역정을 네 개의 시기로 나뉘어 표현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소나타 형식을 따르고 있는 등 구조적인 면에서 탁월한 균형미를 보여준다. 또한 시원스러운 선율과 효과적인 관현악법도 이 교향시의 탁월한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그러나 리스트의 교향시가 보여주는 과장된 표현과 무절제한 감정의 폭발은 낭만주의 시대 청중을 열광시켰던 중요한 요인이지만 오늘날의 청중들에게는 어색하고 도가 지나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이렇게 리스트로부터 시작된 교향시는 19세기 많은 작곡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특히 독일 주도 하에 발전해온 교향곡이라는 형식의 규제로부터 벗어나서, 자기 민족 특성을 반영하는 독창적인 작품을 쓰기 원했던 19세기 말 민족주의 음악가들은 독일식 교향곡의 대안으로 교향시를 선택하였다. 민족주의 경향이 강하게 표출된 작품으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시벨리우스의 <핀란디아>, 발라키레프의 <타마라>, 그리고 드보르작의 4편의 교향시를 들 수 있다. 그러나 특별히 민족주의적 경향이 드러나지 않는 교향시들도 많이 작곡되었다. 예를 들어 19세기 말 가장 위대한 교향시 작곡가라고 할 수 있는 생상스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특정 민족의 정서를 표현하기보다는 문학적 내용에 대한 적절한 음악적 표현을 찾는 일에만 전념하였다.
Ⅲ. 결 론
음악사에서 시대에 따른 양식들은 이전 시대에 반발하여 나타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바로크 양식에 대조되어 나타난 것이 고전 양식이며, 또한 이에 대조되어 나타나는 것이 낭만 양식이다. 하지만 이런 양식들이 나타난 시기를 명백히 선을 그어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양식들은 이전 시대의 양식들과 후에 나타나는 양식들이 조금씩 혼합되고 변형되면서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전시대에 바로크 양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으며, 낭만시대 또한 고전주의 양식이 완전히 사라졌다고는 볼 수 없다. 낭만주의 시대를 살면서 고전성을 여전히 이어가며 곡을 쓰는 작곡가들이 존재했다. 낭만주의 시대의 사람들은 고전주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높게 평가했으며, 19세기의 작곡가들은 이전 대가들이 만들어 낸 것과 유사한 위대함을 갖도록 요구받았다. 작곡가들은 연주되고 인정받기 위해 과거의 대가들 및 그들의 동시대인들과 대결해야 했고, 전통으로 숭배되던 장르와 형식에 무언가 새롭고 개성적인 것을 도입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차원에서 낭만주의 요소를 18세기의 고전 양식과 혼합했고, 이러한 작곡가들은 낭만주의 음악 속에서 여전히 고전성을 나타내는 작품들을 만들었다.
참 고 문 헌
Charles, Rosen, <다양한 소나타 형식>, 강순희 역, 수문당, 1995.
Randal, Don Michael, , Harvard University Press, 2003.
Ray, M., Longyear, , 김혜선 역, 도서출판 다리, 2001.
서인정, <초기 낭만주의 음악 미학에 대한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