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 작가는 인간이 어린 아이부터 점점 나이를 먹어 노인이 될 때까지의 과정과 더 나아가서는 죽음에 대한 느낌까지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소설 내용 중 ‘나의 늙음은 텅 빈 노화였다.’라고 한아름이 말하는 부분이 있다. 겉모습은 노인의 모습이지만 노인들의 지혜와 경험을 가지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나는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았는데 겉모습이 노인이라 해도 그에 맞는 지혜와 경험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것이 텅 빈 노화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스무 살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씨 할아버지와 한아름의 대화에서는 이런 장면도 나온다. 한아름이 할아버지는 소원이 뭐냐고 물으니 장씨 할아버지는 ‘하루만 아프다 가는 거.’라는 대답을 하는데 이 역시 마음에 와 닿았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죽음에 가까워져오면 그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기 보다는 죽기 전까지의 과정, 이를테면 병에 걸려 고통스러우며 죽는 것과 같은 것을 두려워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은 단순히 희귀병 소년의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인간의 가장 본능적이고 근본적인 노화라는 부분과 죽음이라는 부분을 다루었으며 인간이 자식을 낳고 부모가 되고 그렇게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더욱이 한아름이라는 인물이 사경을 헤매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있는 모습은 독자들의 가장 본능적인 어떤 무언가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사람이 살면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할 것들, 짚고 넘어가야할 것들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