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고아울드를 단 십 년 만에 거의 궤멸시키는 괴력을 발휘한다. 이 부분에서 우리는 인간중심사상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한 꺼풀 더 까집고 속으로 들어가면, 극심한 미국중심사상이 드러난다.
그래도 다행이라면, 《스타게이트》에 나오는 지구인들도 프라임 디렉티브를 아슬아슬하게 지키고 있단 것이다. 《스타게이트》의 지구인들은 외계 행성의 사람들에게 다행스럽게도 의약품 이상의 것을 건네주진 않는다. 뭐, 이미 은하 연방이라는 평화로운 고도의 사회를 건설한 《스타트랙》과는 달리 고도의 사회를 건설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스타게이트》의 은하에 프라임 디렉티브를 적용한다는 것은 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4. 결론
지금까지 두서없지만 영국 SF와 미국 SF 작품들에 대해서 필자가 느낀 바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영국 SF와 미국 SF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비슷하지만 반대되는 성질을 지녔다. 하지만 영국 SF와 미국 SF는 상당 부분에서 많이 비슷한 면을 보이는데, 그것은 서양 문화라는 토대 위에 영국 문화와 미국 문화가 서 있기 때문으로 보아진다.
필자가 SF를 기말 레포트의 과제로 선정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필자 자신이 SF라면 사족을 못 쓰기 때문이다. 실은 어느 날 《스타게이트》를 보다가 『안내서』를 읽게 되었는데, 같은 문화권인데도 불구하고 두 작품의 느낌이 너무나도 다르게 필자에게 와 닿았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영국 SF와 미국 SF를 한 번 비교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또한 SF라면 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장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에게 SF는 당신네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상이 담겨있는 장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자신들 또한 과거 아이였다는 사실을 어른이라고 규정해놓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잊어버렸는지 유독 애니메이션과 SF를 아이들이나 보는 유치한 장르라고 싸잡아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른이 되기 위해 한 길만을 강요당하고, 다른 꿈은 모두 버린 채 오직 앞으로 전진하라는 말만 듣고 살아와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우리는 옆으로 눈을 돌리는 것을 포기한 채, 오롯이 앞만 보고 살아야 했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을 내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건만, 정작 어른이 되고 난 뒤에는 너무나도 많은 제약에 묶여 결과만을 보고 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앞, 그리고 결과만을 보고 살았다. 21세기도 벌써 8년이나 지난 지금, 늘 앞만 바라보느라 벌겋게 충혈된 눈을 공상과 환상으로 가득한 옆으로 돌려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문헌
○ Doctor Who Web site: http://www.bbc.co.uk/doctorwho
○ Star Trek Web site: http://www.startrek.com
○ Star Gate Web site: http://www.scifi.com/stargate
○ 더글러스 애덤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들을 위한 안내서』, 책세상,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