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하나의 장소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직접 답사를 통해 느낀 사육신묘는 여전히 현대에서도 살아 숨 쉬는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함석헌 선생의 사육신에 대한 글귀를 통해 여전히 사육신묘가 가지는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여느 사람들의 것과 다를 바 없는 묘역의 봉분들은 사육신의 생애가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라는 의미를 넘어 실제 고뇌하고 투쟁하며 자신의 몸을 던졌던 사람이 남긴 발자취이자 흔적이라는 점을 깨닫게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역사’와 ‘역사적 현장’이 가지는 맹점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다. 세조찬위, 그리고 그로부터 촉발된 단종 복위 운동에서 자신의 목숨을 던진 충신들, 그리고 희생된 사람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육신묘’는 ‘사육신’의 충절만을 강조한다. 이는 추강 남효온이 자신의 문집인 추강집을 통해 ‘육신전’을 실었고 단종 복위 운동을 통해 희생된 70여 명의 사람들 중 현재 ‘사육신’으로 이야기되는 인물들만을 기록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즉, 역사와 역사적 현장은 모든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지 않으며 또한 또 다른 역사적 사실과 역사적 기록에 의해 영향을 받는 다는 점을 깨달은 것이다. 이는 역사와 역사성은 결국 객관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역사가들의 주관적 판단과 가지고 있는 지식에 따라 규정되고 재해석되는 구성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다. 어떻게 보면 사육신묘는 세조찬위 사건에서 충의라는 이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여섯 명의 사람을 기리면서도 동시에 같이 희생당한 다른 사람들을 그림자로 숨기는 모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3. 오늘날 사육신묘가 가지는 의미
오늘날 사육신묘는 사육신의 묘가 모셔진 묘역이라는 의미보다는 ‘사육신 공원’의 의미를 더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린공원으로 조성된 사육신공원은 사육신묘를 ‘참배의 장소’보다는 주변 거주인들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들의 산책을 위한 장소가 됐고 이는 ‘역사적 현장’이 현대에 살아 숨쉬는 또 다른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육신묘’는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는 역사적 현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서 그 자체로 ‘충절’과 ‘충의’를 상징하는 상징물로서의 의미 역시 지니고 있다.
즉, 오늘날 사육신묘를 보았을 때 사람들이 갖는 느낌과 교훈은 사육신의 이름과 역사적 사실로부터 깨달은 그들의 위대함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과 충의, 절개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는 용기와 행동의 중요성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메카로 이야기되는 노량진의 중심에 존재하는 ‘사육신묘’와 ‘사육신공원’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Ⅴ. 참고문헌
고영권, 『서울시 역사공원의 현황과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2016.
설민석,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세계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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