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공적인 사회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거나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
서구의 경우 산업화와 자본주의화 과정에서 발생되었던 빈부격차, 노사갈등, 환경문제, 주기적 경제위기나 공황, 도시화나 공공서비스 수요의 증가 등 공적인 문제들은 국가의 공공부문에 의해서 인지되고 대책이 세워져 점차 해소되었으며, 국가는 복지가 일상화되고 정착된 ‘복지국가’로 되었다. 이미 국가에 의해서 각종 공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체제가 갖추어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로 인한 문제점들이 다소 완화되어 나타났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국가는 국가가 직접 중상주의적 산업화를 추진하였기 때문에 경제발전이 최우선시 되었고, 산업화와 자본화로 파생되는 사회문제들은 오히려 국가공공부문에 의해서 외면당했다.
민주화 운동으로 발전국가의 권위주의 성향이 약화되자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공적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압력이 증가하게 되었다. 국가는 복지정책 등 각종 사회문제 해소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안전판의 기초가 정립되기도 전에 다시 신자유주의 압력이 심화되었으며, 경제위기가 겹치면서 사회문제가 더욱 심화되어 버렸다. 발전국가시절 열악했던 노동조건이 충분히 개선되지 못한 상태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하여 더욱 악화되고 있으며, 아울러 빈곤의 범위와 강도는 증대하고 있다
또한 실업은 점차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어 가고 있으며, 발전국가에 의해서 다소 형성되어가던 중산층도 사라져가고 있다. 빈곤층과 신빈곤층, 중산층들의 하향적 재편 등으로 인하여 최근 한국사회는 빈부계층간의 뚜렷한 간극이 나타나고 있어서 사회적 균열의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상태라고 한다면 사회적 통합은 점차 어렵게 되어 국가운영의 불안정성이 심화될 것이다.
요컨대, 신자유주의 국가화로 인한 위험성은 발전국가의 급속 산업화로 인한 많은 공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국가체제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국가 스스로 산업화와 자본주의화의 주체로서 작용하였지만 서구 국가들과 같이 자본주의화로 인한 문제점을 치유하는 체제나 정책은 극히 미약했다. 자본주의 발달과정에서 자본가가 맡았던 역할을 국가가 하면서 서구 국가가 했었던 자본주의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는 기능은 수행하지 못하였던 것이다. 국가의 권위주의적 성향이 일부 해소되고 급속한 산업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세계화라는 환경변화는 서구제국들에 의해서 주도되면서 신자유주의화 되었기 때문에 한국적 현실을 고려한 것이 아니었다.
한국은 국가주도의 급속 자본주의화로 인한 문제점을 ‘해독’ 하기도 전에 다시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 차원의 자본주의화 체제에 편입되어 한계점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9. 우리나라 신자유주의 정책이 나에게 미친영향
대기업에서 안정적으로 직장생활을 하시던 아버지께서 IMF 체제 하에서 구조조정을 당하면서, 평생직장이라고 믿고 일했던 회사에서 40대의 젊은 나이에 명예퇴직을 하게 되었다. 이후 재취업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여의치 않아, 얼마 되지 않은 퇴직금을 밑천으로 아버지는 작은 식당을 운영하시면서 가정을 이끌게 되었다.
물론 대기업 다닐 때 비해서는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할 수 없었다. 노동 시장의 유연화라는 이름으로 해고를 당한 사람이 적지 않았고, 그들 모두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음식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통해 고소득을 올린다는 것은 애초부터 어려운 일인 것이다.
비록 중산층을 자부하는 가정에서 성장했지만 넉넉지 않은 경제사정으로 대학에서는 장학금을 대출받고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다. 주경야독은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그 상황에 처할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사회생활을 빚을 안고 시작하게 되었지만, 다행히 학업에 충실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쌓았던 만큼 졸업과 동시에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특히 4년의 대학생활 과정에서 전공공부 만큼이나 열심히 했던 것이 영어 회화 실력을 쌓는 것이다.
세계화 속에서 공용어가 된 영어 스펙을 쌓지 못하면 원하는 직장을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6개월 동안 미국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물론 그 과정이 힘들기도 했지만, 누군가에 의지하지 않고 나 자신의 힘으로 그 모든 과정을 마쳤다는 사실에서 남다른 자부심과 긍지, 그리고 자신감을 느끼게 된다.
복지병이라고 부르며 과도한 정부 지원을 거부하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나를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라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잡초로 만들어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역설적이지만 아버지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회사를 잃었지만, 자동차 부품 회사에 취직하게 된 나는 신자유주의 물결의 하나인 세계화 속에서 미국, EU 등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로 혜택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도 중국과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을 지속적으로 체결하게 되는 만큼,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적지 않은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부품회사는 자동차메이커에게는 항상 ‘을’의 입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현업에서 뼈저리게 느낀다.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라지만 거기에는 자동차부품 회사들의 보이지 않는 희생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가격인하 요구다.
자동차업체의 담당자들과의 만남에서 가장 난감한 일 중의 하나가 일방적인 가격인하 요구이다. 물론 이는 자동차업계뿐 아니라 대기업과 협력업체와의 관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긴 하다.
협력업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가격인하는 결국 협력업체 직원의 희생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기업친화적, 시장친화적 정책을 늘 강조하지만, 대체로 대기업 중심의 정책과 행정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더욱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정부의 정책들을 기대하게 된다.
<참고자료>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원인과 대안, 윤선구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
신자유주의의 명암과 그 대안, 유팔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