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충족을 목표하고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요구는 본질적으로 (타자의) 사랑에 대한 요구이기 때문이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이러한 논의를 더욱 발전시켜 1차적 동일시와 2차적 동일시 따른 주체 형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1차적 동일시는 거울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동일시이며 이 단계에서 유아는 자아의 원초적 형식을 형성한다. 대략 6개월 이후의 유아들은 거울 속의 자신의 반영을 보면서(또는 다른 인간 형태를 보면서) 자신을 보다 완전한 형태를 갖춘 이미지로 상상한다. 라캉은 이러한 이미지가 가상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이 시기의 유아는 신체적으로 미성숙하여 자신을 통일된 존재로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거울 단계에 형성된 자아의 원초적 형식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이상적 자아와의 2차적 동일시의 원천이 된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이전까지 미분화되었던 성적 차이가 결정되는 지점이고, 인간의 정신 구조 형성에서 제도화된 문화적 틀이 갖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2. 인지주의 심리학, 인지과학
영화를 정신분석학적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영화보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은 바로 다름 아닌 ‘몰입’과 ‘동일시’이다. 1980년대 이래로 영화학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지이론은 영화관람 행위를 무의식이 아닌 ‘의식’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려 했다. 이에 비해 인지이론은 인지과학, 혹은 인지심리학이라는 과학적, 심리학적 방법에 입각하여 전개되었는데, 즉 인간의 유기체적인 특징을 인정하고, ‘인지능력’이라는 것이 영화관람 행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중지능이론을 정립한 가드너는 인지과학을 “마음의 과학”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즉 인지과학의 연구대상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인데, 이 마음은 각종 정보를 획득, 저장, 인출, 변형하는 복합적인 정보처리기관으로서 그 속에 우리 인간의 세계가 반영된 하나의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인지과정이라는 것은 각종 외부적인 환경 자극으로부터 그 자극이 지닌 의미, 혹은 정보를 심적인 표상으로 재형성해서 보유, 변환, 산출, 활용하는 심리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3. 인지이론
1980년대에 대두된 인지주의 영화이론은 기존의 영화이론들, 즉 기호학, 정신분석학, 마르크시즘 등을 비판하면서 대안적인 이론들을 제시했다. (에드워드 브래니건, 노엘 캐롤, 데이비드 보드웰 등) 이들은 인지주의를 하나의 이론이 아닌 “인간의 사고, 감정, 그리고 마음의 표상의 과정, 자연주의적 과정, 그리고 논리적인 작용에 호소함으로써 나타나는 행동을 이해하려는 하나의 태도”로 간주했다. 인지주의 이론가들은 “중간 위치의 연구”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사회, 역사, 언어, 정신 등에 대해 그 모두를 폭넓게 설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대이론(grand theory)과는 대조되는 경향으로, 특정 이론 틀에 대한 헌신 없이 국지적인 영화 관련 문제들에 집중하고자 하는 연구방법이다. 따라서 모든 예술작품, 특히 영화라는 매체는 필연적으로 불완전한 것으로, 지각자의 능동적인 참여에 의해 완성되고 살이 붙여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4, 정신분석학과 인지이론의 공통점과 차이점
1) 공통점
첫째, 정신분석학과 인지주의 이론 모두 기본적인 출발점은 인간 심리의 발달을 설명하는 데서 비롯하였으며 매우 분석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인간발달과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체적인 의미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공통점도 빼놓을 수 없다.
둘째, 이런 점에서 두 이론은 서로 상호보완적인 면이 많다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의 심리에 천착한 면이 닮아 있다. 둘은 인간 정신의 서로 다른 층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2) 차이점
정신분석학과 인지주의 영화이론은 정면으로 대립되는 이론은 아니다. 그 둘은 인간 정신의 서로 다른 층위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정신분석학이 인간 행동의 비합리적인 면을 이해하기 위해서 무의식의 층위를 들여다보는 것이라면, 인지주의는 영화관람 행위를 무의식이 아닌 의식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설명하려고 했다. 인간의 마음이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게 되고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여 특정 생활을 영위하거나 특정 과제를 해결하느냐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정신분석학이 기대되지 않은 행동이나 말의 실수, 이상한 꿈, 노이로제 증세 등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는 반면, 인지주의는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행동에 관심을 가진다. 인지주의 영화이론은 영화관객이 어떻게 영화 속의 시청각 정보를 지각하고 영화의 특정한 형식적 특징들이 어떻게 관객에게 해석의 실마리를 제공하는지를 연구한다.
인지주의 영화이론은 영화텍스트 그 자체의 내용에 대한 해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관객이 특정 영화 속의 내용 및 형식을 어떻게 지각하여 어떻게 해석하는가하는 개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인지주의 영화 이론의 기본 전제는 첫째, 영화는 꿈이 아니라는 점에서 정신분석학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 할 수 있으며 둘째, 영화는 조작된 현실을 실재인 양 보여준다는 주장을 비판한다. 영화는 환영이 아니라는 것이다. 셋째, 몰입, 동일시, 관음증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데 영화배우 역시도 자신의 연기가 관객에게 보일 것이라는 사실을 전제로 연기를 펼친다는 것이다.
넷째, 관객은 자신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면서, 자신의 상황과 극중 캐릭터의 상황을 구별하여 인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으로 온전한 동일시라는 정신분석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입장이다.
다섯째, 영화 내러티브는 텍스트 그 자체에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항상 관객과의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주장으로 그저 피상적으로 주어진 자극을 본능과 결부시켜 표출한다는 정신분석의 피동적인 인간관, 예술관과 비교된다.
여섯째, 정신분석 이론의 주장과는 달리 관객은 단지 극중 인물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자신을 몰입시켜 그들과 동일시하기보다는, 한발자국 떨어진 상태에서 그들이 얘기하는 내러티브 구조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는 주장한다.
참고문헌
대중문화와영화비평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