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있다. 소설 나쓰메 후기 소설 주제의 큰 줄기라 할 수 있는 <그 후>는 인간의 에고와 원죄의식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제12장 광장, 최인훈
최인훈의 중편소설 <광장(廣場)>은 세계사 전반에 대한 역사철학적 통찰에 뿌리에 두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기록, 예측한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한국전쟁·남북분단 문제의 근원을 어설픈 교양인들의 광기의 이성으로 묘사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최인훈의 『광장』은 1960년 11월 『새벽』지를 통해 처음 출간된 이후에 지속적으로 개작이 이뤄졌다. 작가 스스로도 4.19의 의미와 본질을 표현했을 만큼 중요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가 있으며 많은 작가들의 관심을 받아온 이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도 다양하다.
『광장』은 이전 정권 시대에 다루기 힘들었던 북한의 현실성에까지 소재를 확대 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남한의 편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으로 호의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 아니라, 남한과 북한을 냉정하게 비판하고 “맹렬한 리얼리티”로 “독자를 공격”하고 있다며 남과 북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광장으로 연결 짓는다.
1940년대 말 서울대생인 이명준은 북으로 간 아버지로 인해 당국의 핍박을 받고 은행가인 아버지의 지인의 집에서 기거한다. 지인의 가족들인 아들과 딸은 매우 자유분방하고 배려심도 있는 부르주아 자제들로 동년배인 명준과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부유한 이들이 누리는 문화적 혜택을 누리고 여자 친구도 만나지만 학업이든 연애든 현실 생활에서의 명준은 만족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그러다가 북에서 열심히 정권 홍보에 열심인 아버지로 인해 명준은 정보당국으로부터 체포되어 혹독한 취조를 당하게 되고 명준은 밀항을 통해 월북한다.
이러한 『광장』의 서사적 구조 속에 자아와 세계의 갈등 양상과 더불어 사건에 반응하는 인물의 내면적 심리상태와 주인공을 둘러싼 주위 상황을 효과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 주인공 명준은 남의 밀실도 참아내지 못하고 북의 광장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면서 고통스러워하지만 남에서도 북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랑’이다. 마치 사랑이 너희를 구원하리라는 철석같은 믿음처럼 명준은 젊은 날을 사랑을 위해 바치려 하지만 남에서도 북에서도 그의 사랑은 현실의 벽에 부딪쳐 좌절한다. 특히 전쟁 전 헤어진 은혜를 낙동강 전선에서 만나고 잠깐 사랑을 나누다 다시 처참한 전쟁터에서 산화하는 사랑은 읽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광장은 초지일관 남한과 북한의 이데올로기와 정치체제에 대해 편향적 시각을 가지지 않고 각각의 정치체계를 모두 비판함으로써 분단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보여 주고 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이명준이 남한과 북한을 오고 가면서 남과 북의 사회적 문제점들을 직접 확인하게 되고, 결국 중립국을 택한다는 결론은 당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만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던 남한과 북한의 과잉된 이데올로기 찬양에 많은 경각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최인훈의 소설적 특징들을 통해 분단에 대한 인식과 이데올로기에 대한 편향적 사고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지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평가할 수 있다.
최인훈은 자신의 작품 『광장』에서 치밀한 서사 구조와 섬세한 인물들의 내면 심리묘사를 통해 6·25전쟁의 비극적 상황과 남북의 이데올로기적 사회 문제를 객관적이고도 사실적으로 담아내었다. 결국 남도 북도 전체주의도 자유민주주의도 명준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고 평범한 삶을 그리며 사랑을 갈구하던 청년은 중립국으로 향하던 배 위에서 몸을 던지며 삶을 끝맺게 된다.
참고문헌
동서양문학고전산책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출판문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