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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여자를 사랑하는 것이 혁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두 동지 역시 혁명처럼 했다. 혁명과 사랑에 대한 김산의 고민은 전생을 저당잡아 분투하는 인간의 고뇌와 같았다. 김산에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혁명의 과제 앞에서 낭만적이고 허망한 것으로 여겨졌고, 욕망을 참지 못하는 것도 혁명의 모순으로 이해되었다. 다만 사랑 이후 세상에 빛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장면에서는 혁명가의 불행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삶이기도 하다. 언제 혼자 죽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그들의 피를 들끓게 했다. 그는 또한 누구보다 뜨겁게 사랑했고 죽음을 동반했다. 그가 일본과 중국 교도소에서 애창하던 아리랑을 불러 님 웨일스에게 들려줄 때, 그는 아리랑의 비극이 언젠가는 민족해방의 승리로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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