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밖에도 양반으로서 서울 근교에서 일을 하며 지내는 생활은 나쁘지 않다. 물론 대과에 성공하기 위한 재도전은 포기했지만 성리학에 대한 깊은 탐구를 통해 학문의 길을 이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이는 대과나 소과의 치열한 경쟁률 때문이었다. 대체적으로 40-50대 까지 대과합격에 실패하면 그 길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한, 성리에 대해 궁리함은 정계로 진출하는 것과는 대척점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 중에는 대과에 응하지 않고 그저 고향으로 돌아가 성리학을 자습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宋대부터 이러한 과거와 학문의 사이에서 갈등은 유학자로서 응당 가져야할 태도였으며 선대들도 이 두 가지 중 양자택일을 해오며 살았다. 하여, 소자는 더 이상 대과에 응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학문을 탐구하기로 했다. 청나라를 통해 유입되는 과학과 천문학에도 관심을 가져보려 하며 여러 서적을 구비하여 남은 학문과정에 정진할 예정이다. 심지어 요 근래 조선에서는 성리학에 대한 여러 언해본이 발행되고 있으며 서적을 통해 주자의 이론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3. 결론
본고는 조선시대 전통과 생활문화의 관점으로 민장과 과거 응시에 관련하여 스스로 그 시대를 상상하여 작성해보는데 목적이 있었다. 민장은 조선에선 억울하거나 갈등의 상황을 직접 수령에게 호소할 수 있는 제도를 일컫는다. 민장은 관부에 올리는 疏章의 일종으로 자신이 뜻하는 바를 관아에 요청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이런 민장이 갖고 있는 역사, 사회적 의미는 꽤나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민장에는 당시의 사회 상황들이 다양하게 담겨있어 시대를 파악하는 일차자료로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필자는 본고를 통해 광산 김씨 ‘김철수’ 라는 인물을 설정하여 본고를 전개했다. 대체적으로 조선 후기로 가정했으며, 강원도에 발생한 풍흉으로 인해 공납의 어려움을 겪고, 그 공납을 화폐로 대체하여 징수하며 발생하는 높은 이자를 챙기는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폐해를 소장에 작성하는 형식을 취했다. 강원도에서 재해가 발생함은 시기의 차이가 있지만 태조 년간에도 종종 발생했던 일로, 그 사실성을 더했다. 이에 대한 관아의 답도 작성해 보았다. 공납의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조세부과 방법을 모색하는 수령의 모습을 상상하며 작성했다.
2절의 유학자의 생활에서는 진사시에 합격한 인물을 설정하여, 그가 과거 진사시를 준비하며 학습했던 서적들과 진사시를 보러가는 길, 진사시에 응해서 합격하여 발령받은 첫 직장 등을 작성해보았다. 실제로 과거 진사시의 출제문제는 작문능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고문진보』등을 학습할 필요가 있었으며, 그러한 과정을 거쳐 합격한 진사시에서 가장 많이 발령받는 근무지는 장릉참봉이기도 했다. 장릉참봉을 비롯한 릉을 관리하는 참봉의 경우 진사시에 합격한 소과 응시자들이 가장 많이 발령받은 근무지이기도 했다. 또한 시기가 지남에 따라 대과를 포기하는 인물도 적지 않았다.
4. 출처 및 참고문헌
『태조실록』
강신항 외, 『(이재난고로 보는) 조선 지식인의 생활사』, 한국학중앙연구원,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