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 이 시는 총 4단으로 나눌 수 있다. 1~2행은 현재를 기록한 메모를 보게 되는 미래의 나의모습을 3~6행은 방황과 고뇌에 휩싸였던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회상을 7~11행은 질투 뿐이였던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그리고 마지막 12~14행에서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지난 삶에 대한 반성으로 나눌 수 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뒤에>라는 것은 인생을 되돌아 볼만한 시점 즉 충분한 시간이 흐른 뒤를 이야기한다.
<힘 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라는 구절은 힘을 잃고 희미해진 기억의 좌표로 나이가 들어 젊은 시절을 회상할 것이다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라는 구절은 열정으로 가득했던 화자의 심적 상태를 의미한다. <구름밑을 쏘다니는 개처럼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지치는 줄 모르고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왔으나 지난날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의미없는 공허함이 남아있어 현재 자신의 삶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저녁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 보았으니> 자신을 조망해보며 그동안 살아온 나날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듯 실망스러운 듯한 심정이며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지 못한 후회가 엿보인다.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낸 화자가 젊은 날에 꾸었던 꿈은 질투에 불과하며 이루지 못한 자신의 이상향에 대해 자책하는 의미이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화자의 반성이 보여지는 구절로 새로운 것을 얻기위해 열정적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타인이 가진 것에 대한 부러움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자신의 것을 찾지 못한 후회로 보여진다.
해당 작품은 청춘 시절 화자의 반성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으며 지난날 나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한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젊음이라는 것이 무조건적으로 열정적이지만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님을, 나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였음을 느끼게 해준 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