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서 금강산이 천하의 명산이니 생긴 대로 읊으면 되지 않겠냐고 하자 스님은 은근히 부아가 나 단호하게 말한다. 하지만 삿갓이 진다면 유치한 글귀로 신성한 금강산을 모독한 벌로 이빨을 뽑겠다고 하며 자신이 진다면 삿갓에게 숙식을 무한정으로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삿갓은 조건에 흔쾌히 응하며 덧붙인다. 아무리 글재주가 뛰어나다고 해도 금강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스님이 금강산을 누구보다 사랑하며 귀하게 여기니 자신 또한 금강산을 보며 정이 깊어지기에 두 마음을 합치며 더 좋은 시가 나올 거라 생각했을 뿐이라고 하자 이 말에서 단순한 경쟁심에서 비롯된 말이 아님을 직감하고 스님은 글짓기 내기에 응한다. 그리하여 금강산을 잘 아는 스님이 먼저 읊고 김삿갓이 대구를 다는 식으로 진행된다.
시를 들여다보면 금강산이 앞에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바쁘고 정신없는 현대사회에서는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것에 급급하여 자연을 돌아보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시간이 부족하다. 시를 읊으며, 그리고 시를 음미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되새기고 마음의 여유를 갖는 시간을 얻을 수 있었다. 한시에서 중요시하는 대구의 진수 역시 잘 나타나는데 이는 대구법의 전형이자 교과서 같은 명구들이라 할 수 있다. 쉬운 언어로 훌륭한 시를 지을 수 있는 자를 뛰어난 시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스님과 김삿갓은 모두 한시의 귀재라 할 만하다.
4. 참고문헌
시조와 한시의 갈래교섭 양상에 관한 연구사적 검토. 김석회 청관고전문학회 2000 고전문학과 교육 Vol.2 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