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어떤 소질과 능력, 지능 등의 천부적인 것을 타고났는지 모르고 자신의 가치관과 심리적 성향까지 모르는 것이라고 가정되었다. 이러한 것을 정의의 원칙이 무지의 장막 속에서 선택되는 것이라 하며 이를 통해 아무도 타고난 결과나 사회적 여건에 의해 유리하거나 불리해지지 않음으로써 그 누구도 자신의 유리한 원칙을 구성할 수 없음으로 공정한 합의나 약정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사회에서는 평등한 사회계약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과 제약을 제시하고 이에 맞춰 계약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그러나 어느 계약이든지 진정한 의미로 평등하거나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 만한 계약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의 모든 요소의 차이를 고려하여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공정한 계약은 인간이 구축하기엔 너무 어려우며 그것의 근접한 곳까지 도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사회에서 적용시키는 것에 제약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롤스의 정의론에서 제시된 무지의 장막이라는 가상의 상황은 계약에서 평등한 입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상태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 단지, 이 상황이 오로지 가상의 상황으로만 존재할 수 있으며 앞으로 수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탄생할 일이 없다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가지는 천부적인 것과 능력에 따라 그 조건과 제약을 거는 행위로 평등한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유리 조건을 구상할 수 없도록 그 모든 것을 모르는 상태를 만듦으로써 평등한 입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은 흥미로운 아이디어라고 느껴져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