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락과 총리 리오넬 죠스뼁에게 대립 쟁점을 묻자 그들 둘은 모두 "국내문제는 밖에 나와 얘기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피했다. 이념이 전혀 다른 정치가들이 밖에 나가서 국익을 목표로 하는 외교인 신분이 될 때 어떠한 태도를 갖춰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다음 사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최근에 극좌 트로츠키당 대표가 미국에 갔어요. 프랑스에서는 합법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국회의원인데 미국에서는 '너는 입국거절이다' 그랬어요. 그래서 함께 갔던 사람들이 '그 사람빼면 우리 우익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 다른 국회 의원들까지 다 같이 돌아온 적이 있었어요. 그럴 적에 우익과 좌익이 협조한다는 거지요. 대 미국관계니까요."
- 프랑스 망명객 이유진씨와의 대화, 오마이뉴스 2001. 7. 14
이러한 단결된 외교적 목표 달성의 욕망이 과하여 서구 국가들은 제 3세계 국가들에게 자주 제국주의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들의 내부 민주주의 이념과 제도 정착은 응용의 본보기가 될만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내부적으로는 민주주의, 밖으로는 제국주의의 이중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즉 '남의 현실을 나의 현실'로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한국의 정치가들이 외교적 차원의 국익을 위해 단결하는 모습이 가능할까? 이 땅에는 그나마 형식적 이념간판이라도 걸고 사는 서구 극우만도 못한 아귀들, 즉 '욕망'만이 가득한 수구집단만이 득실거릴 뿐이다. 그들은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 찬다'. 19세기 조선말의 경험('쇄국 때문에 나라 망했으니 살 길은 개방이다'식의 진부한 담론은 피하자), 한국전쟁과 관련된 국제정세(분단은 국가 공동체와 그 구성원의 정신적, 물리적 분열로 결과하며 그로 인해 외세 개입의 빌미를 준다 - 한국전 참전 대가로 한반도의 재식민지화를 요구한 일본의 아귀적 근성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다른 형태로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다는 교훈적 메시지다. 즉, '욕망'에 눈이 먼 수구파가 지역과 수준이하의 한물 간 이념을 볼모로 하여 패권을 쥐고 똬리를 틀고 있는 한 한반도의 분단은 풀릴 길이 없고 주변국에 의해 앞으로 다시 유린될 빌미를 제공한다. 고대 이스라엘이 솔로몬 시대를 정점으로 남북으로 분열되었다가 얼마 안 되어 이웃의 제국 바빌로니아에게 먹혔듯이 말이다), 그리고 오늘의 주변상황을 조심조심 점검해 보자. 한반도는 주변정세에 의해 그야말로 운명이 결정적으로 바뀌어왔다. 나당연합에 의한 삼국통일, 몽골에 의한 고려 침탈, 위화도 회군과 이성계의 소아병적 쿠데타, 임진왜란, 정유재란, 인조반정으로 인한 병자호란, 정묘호란, 19세기 말의 다국적 외세 간섭과 압력, 일본에 의한 식민지 전락, 남북분단, 전쟁, 미국 통제하의 남한. 이러한 커다란 외적 변수들이 나라를 망가뜨리고 민초들에게 엄청난 시련을 겪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외세에 의한 국가 대변혁이 일어날 때마다 정치력과 외교력은 언제나 부재상태였다. 주변정세에 의해 운명적 결정타를 맞곤 했던 우리에게 외교력과 국제정세 간파를 정치의 최고순위에 놓아도 부족할진대 아직도 역사적 교훈에 눈을 뜨지 못하고 과거와 별반 다름이 없는 정치수준을 반복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일단 발병하면 치유불능 상태가 되어 버리는 근본주의 편집증(지역분열 도착증, 극단으로 편향된 이데올로기 집착증-특히 극우 편집증, 기독교 광신 분열증, 외래 수입학문 맹신증, 선진국 신격화, 집단주의적 세계화 추종의식). 이로 인한 부정적 결과와 후유증이 난무하는 가운데 정작 바깥에서 일어나는 돌풍의 핵심을 간과해 버리는 우행(愚行) 또한 반복되고 있다. 판을 크게 읽는 눈을 키우는 것이 시급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