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사이를 근본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다만 다음과 같은 차이만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회과학자가 주어진 시점의 사회를 정체적으로 분석하는 데 관심을 두는 데 비해, 역사가의 특징은 시간감각이라는 것이다. 이 점에서 블로크는 역사는 단지 "인간과학"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의 인간에 대한 과학"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아날학파는 이처럼 역사를 과학화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아날학파는 연구방법론과 관련하여 몇 가지 비판을 받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비판이 역사에 대한 구조적 분석을 중시하다 보니 역사발전과정의 역동성과 인간의 주체적 행위가 무시되었다는 것이다. 소불과 피터 버크 등이 이러한 입장에서 구조사를 비판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날학파의 구체적 연구방법과 관련하여, 너무 계량분석에 의거한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역사서술이 너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역사서술과 대중간의 괴리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5. 맺음말
이상으로 역사학과 사회과학의 문제를 역사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학, 구조사학 등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았다. 역사학은 위에서 본 것처럼 과학적 역사서술이 최초로 자리잡은 19세기 이래로 내외의 논쟁을 거치면서 더욱 과학성을 확보해 왔다. 역사주의는 개별적 역사사실을 엄밀한 사료고증에 의거하여 서술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역사학이 독자적인 근대적 학문분야의 하나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역사법칙이라는 과학적 개념을 역사학에 도입함으로써 역사주의 역사학이 지니고 있는 상대주의적 한계를 극복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은 인간사 전체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할 수 있는 자연사적 과정으로 상정함으로써, 역사학의 연구대상이 다른 인접 사회과학의 대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기본적 전제를 제공하였다.
구조사학은 역사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마르크스주의 사학의 영향을 받으면서 등장했다. 구조사학은 구조의 역사와 국면의 역사를 실제적으로 연구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 연구방법을 개척하였다. 구조사학은 이 과정에서 사회학, 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지리학, 인구학, 심리학 등의 인접 사회과학의 과학적 방법론을 전면적으로 사용하였고, 더 나아가 역사학의 입장에서 인접 사회과학의 연구방법론과 연구성과를 전체적으로 종합함으로써 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의 지위를 한층 더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볼 때, 역사학을 과학과 분리시켜 사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역사학이 완벽한 과학적 방법론을 지니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역사학은 현재까지 자체의 연구방법론을 계속적으로 발전시켜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역사현실을 보다 더 완벽하게 서술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사회주의체제 해체 이후, 전세계의 역사현실과 이를 다루는 학문적 패러다임이 급속도로 새롭게 재편되어가는 현재의 시점에서, 이러한 노력은 더욱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