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적인 연구자, 학자들의 역할도 매우 크다. 이념적으로 신자유주의를 성토한다고 해서 조금도 상황이 개선되는 것은 없다. 이념 뒤에 엄존하는 세계자본주의의 발전 경향과 위험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우리의 역사적으로 주어진 현실조건에서 어떤 진보적 대안이 가능한지를 밝히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제들이 제대로 마련되었다고 할 때 다양한 이질적 경향의 생산적 협조, 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지금은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을 배가하는 것이 필요하고
) 다만 위에서 밝힌 대로 처음부터 협력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잘못된 전술, 이념적 태도 등을 경계해야 한다.
, 연대는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중심이 되어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최근 참여연대가 재벌개혁감시단을 통해 이 일을 하려고 하는 듯하지만 그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본다. 연구활동 및 감시, 모니터링하는 일은 모르나 연대의 주체는 다른 쪽에서 나와야 할 것이다. 우선 각 진영이 아직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소액주주운동에 대해 한가지를 지적한다. 소액주주권관련 법률 분쟁은 앞으로 급격히 증대할 것이고, 시장의 논리는 수요 있는 곳이 공급이 있게 마련이고 전문 변호사와 로펌, 전문 회계사와 회계법인의 출현이 당연히 예상된다. 만약 이 운동이 앞에서 지적한, 개혁운동의 일환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부정하는 경향을 지속하게 하게 되면 향후 보다 순수하게 주주 이권을 확보해주는 데 집중하는 전문 법률서비스회사와의 차별성을 순식간에 잃어버릴 것이다. 개혁적 지향을 분명히 하는 한에서 운동이 성립한다. 개혁이 없이 시장에서 영리를 추구하는 법률회사가 '소액주주권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면, 그들과 재벌은 공생의 관계로 나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변호사는 돈벌어서 좋고, 재벌은 성가시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자기 권력이 보존되어 좋다. 참으로 우울한 시나리오이다.
아마도 진보진영은 소액주주운동 뿐 아니라 시민운동이 전반적으로 과대하게 발전해 있다고 느낄 것이다. 과거 또는 현재의 어떤 선진국의 경험에서 보아도 시민운동이라기 보다는 소수의 전문가운동인 한국의 시민단체가 공적, 사적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제반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현재 한국에서처럼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경우가 없으며 이런 사태의 지속은 무언가 정치권, 국가, 기업의 이해당사자, 노조, 언론 등이 제대로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심각한 사회 해체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선진국의 경우도 시민단체(이른바 NGO)가 있지만 그 역할은 어디까지나 주변적이고 한계적인 것이며, 사회의 주요 사안의 결정은 공적 사적 영역의 개별 조직간의 의사소통과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인식은 상당정도 타당성이 있으며 이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진보진영은 자유주의적이고 개별적인 사안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운동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위에서 제시된 과제와 관련하여 신속하게 자기역할을 강화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진보진영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고 자기역할을 하게 되면 이런 문제는 저절로 소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