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hinx in the City:Urban Life,the Control of Disorder and Women], ?, 1991. 84-99쪽.
엘리자베스 윌슨의 비판이 모더니즘 도시화에 있어서의 여성의 문제에 대한 맹목성에 관한 것이라면 테레사 드 로레티스는 서양문화사에 있어서의 도시의 기원에 대한 이딸로 칼비노의 우화를 빌어 여성이 부재한 도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딸로 칼비노는 「보이지않는 도시들」이라는 책에서 죠베이드라는 도시의 건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다양한 나라들의 남자들이 같은 꿈을 꾸었다. 그들은 한 여자가 밤에 미지의 도시를 뛰어
가는 것을 보았다. 뒤에서 본 그녀는 긴머리에 옷을 벗은 상태였다. ... 처음에 도착한 사람
들은 무엇이 이 사람들을 이 흉한 도시, 이 함정으로 이끌었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여기서 도시는 "여성을 생포하는 환영과 꿈"으로 기능하며 흉칙하다.
드 로레티스는 다음과 같이 쓴다.
"영화 분야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 최초의 도시가 남자들에 의해 세워졌고 여자들이 없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혹은 칼비노의 유혹적인 우화에서... 여성은 역사적인 주체로
부재한다."
미셀 드 쏀르또 역시 「매일의 실천」에서 도시는 장소나 공간이 아니라 역사의 보편적인 인물이며 '모더니티의 기계이고 영웅'이라고 그 남성중심적 이미지를 비판하고 있다.
사회학자인 게오르그 짐멜과 더불어 도시에서의 모더니티 경험 문제를 가장 먼저 제기한 학자 중의 하나인 벤야민은 그의 「베를린 연대기」에서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경험을 미로와 창녀에 연결시키고 있다. 그가 인용하고 있는 보들레르 역시 파리라는 19세기 세계의 수도와 여성과 죽음을 관계짓고 있다.
여기서 여성은 도시처럼 무섭고 매혹적이며 성과 죽음을 표상한다. 도시는 예술과 창조성의 예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또한 상품 문화의 증후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 여성과 연결된다.
이렇게 상상적인 여성성에 대한 모더니즘의 매혹은 브르죠아 가부장제의 여성혐오증과 여성의 역사적인 주체성을 부정하는 것과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한편 '경멸적'인 대중문화는 여성과 동일시된다.
벤야민은 영화만이 마치 자동차 운전자를 새로운 중심으로 안내하듯이 도시의 본질에 광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런 면에서 모더니즘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영화는 남성의 여성에 대한 유년기의 꿈 위에 세워진 것이다.
다른 모더니스트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알프레드 히치콕는 여성에 대한 불가능한 꿈 위에 그의 영화를 구축해간다. 영화 <버티고>는 여성에 대한 히치콕의 가장 직접적인 꿈으로 일종의 여행기로 읽힐 수도 있다. 죠베이드라는 도시에 대한 우화와 마찬가지로 주인공 스카티는 도시의 여성인 마들렌느를 쫓아 썅프란시스코를 방황한다. 스카티가 생각하는 마들렌느라는 여성이 자신과 자신의 친구가 만들어낸 상상적인 여성인 것과 동일하게 도시 여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그렇게 때문에 그녀는 끊임없이 영화 속에서 재창조되는 것이다.
안토니오니의 영화 <정사>는 바로 이 씨나리오를 되풀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씨실리로의 여행에서 여성은 말 그대로 실종된 후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직 안토니오니를 여성혐오자로 비판하기는 이르다.
위에서 나는 모더니즘 건축과 도시화가 어떻게 여성의 문제를 배제해왔는가를 밝힌 셈인데 안토니오니의 영화는 역설적으로 그 점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리와 강철로 만들어진 미로와 같은 도시, 탑과 마천루와 같은 남성적 상징들로 가득 찬 도시 그리고 시실리의 파시스트들의 계획으로 만들어진 구역에서 여성 주인공들이 소외를 느끼는 것은 모더니즘 도시의 위협적인 남성중심성- 에코- 페미니스트(환경운동을 하는 여성해방론자들)들이 비판하듯이 자본주의적 가부장제 아래서의 근대화의 프로젝트는 대규모의 기업들에서 배출되는 산업 공해를 초래했고 그래서 진정한 환경 운동을 위해서는 여성중심적인 인식론적 전환이 필요하다- 을 보여주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붉은 사막>에서 쥴리아나는 어머니이며 아내이고 그리고 자연(아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장면에서 그녀는 바닷가에서의 판타지를 펼쳐보인다)과 연결되는데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여성을 변화하는 역사의 행위자가 아니라 초역사적인 기표로 설정하고 있다고도 간주할 수 있다. 여성은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부동의 어떤 지점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쥘리아나는 여성은 히스테리칼하다는 프로이드적 정신분석학의 가정을 그대로 구현하고 있다는 비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쥴리아나를 남성의 도시 여성에 대한 상상의 생산물로만 보기에는 그녀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이다. 그리고 그 독립성은 그녀의 도시 환경에 대한 저항에서 나온다. 매연과 독극물을 생산하는 밀라노 근처의 산업도시에서 그녀는 그 공해물질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혐오한다. 또한 한 남성을 사랑한다고 믿고 관계를 맺지만 결국 그에게 당신 역시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묵시론적인 탈인간의 도시에서 그녀는 아들의 손을 잡고 자신의 분열적인 저항을 삶의 지혜로 만들려는 작은 동작을 취하기도 한다.
안토니오니에게 있어 모더니티란 르 꼬르뷔지에나 미래파, 그리고 파시스트들이 만든 도시 환경에서의 재앙적인 묵시론적인 경험에 다름아닌 것이었다면, <붉은 사막>의 쥴리아나는 매연이 뿜어나오는 공장 굴뚝을 피해 날아가는 새들처럼 그것을 비껴가는 법을 배우는데 그것은 판타지로의 침잠이다. 그러나 그것은 물론 그리 큰 저항은 되지 못한다. 판타지에서 깨었을 때 그녀와 아들이 서있는 곳은 여전히 공장 지대이며 노동자들은 파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중상층으로서의 삶은 그러한 노동자들을 지배하는 경영자 남편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붉은 사막>에서의 안토니오니의 모호하고 양가적인 여성 인물에 대한 태도는 후반기 작품인 <블로우 업>에 오면 매우 여성혐오적인 것으로 바뀐다. 모더니스트들의 여성에 대한 매혹은 종종 증오와 연결되어 있으며 이런 복합적인 애증이 바로 그들 텍스트 속의 여성인물들을 신비하고 위험하며 복잡한 모더니즘의 알레고리로 변화시키는 추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