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현실 사회는 나아지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국제 사회의 인권상을 전망해 보며 어떻게 인권을 실현해 나갈 것인지 모색하는 작업이 가지는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저자는 제7장에서 앞으로의 인권활동은 인권, 평화유지활동, 인도주의적 원조활동이 서로 뒤섞여 나타날 것이라 전망했다. 냉전기 동안에는 이것들이 서로 분리되어 있었다. 유엔의 인권담론 자체가 정치화되어 있어서 평화유지군과 인도주의활동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었다. 인권과 국제평화와 안전 사이의 연계는 항상 유엔 독트린(doctrine)의 중심적 부분이 되어 왔으나 이제 그것은 유엔 실천(practice)의 문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앞으로는 일개 국가나 민족의 정치화된 인권의 논리에서 탈피하여 보다 보편적이고 공감대를 이루는 국제 인권 운동이 이루어 져야 함을 의미한다. 지난 겨울 미군장갑차살인사건 이후 反美의 물결이 거세게 일어났지만 국소적인 민족주의적 차원에서의 분노 표출에 그치고 세계적, 보편적인 인권, 평화운동의 맥락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인권을 간헐적으로 외교정책에 첨부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정책에 통합시킬 필요가 있다. 저자는 제5장 結語에서 국가규모, 국력, 국제체제의 구조는 이차적인 중요성만을 가진다고 한다. 즉, 국가는 국제인권정책을 입안하는 데 있어 상당한 운신의 폭을 누린다는 것이다. 미국과 인권중시국가들과의 차이는 주로 선택의 문제이자, 국제적으로 공인된 인권에 대한 인식차이와 우선순위의 차이 문제인 것이다. 인권의 문제는 각종 정치, 경제적 사유와 맞물려 운신을 제약하게 하는 면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선택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인권을 위한 수단으로서 보편적 인권만을 내세우는 대결적 접근이나 상대주의적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국제협조체제 구축을 통한 다차원적 접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여전히 주권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인권의 실현은 '설득적 외교'에 달려 있으며 이는 각 주권 국가들이 인권을 보호하는 것을 세계 사회에 있어서의 신뢰구축의 중요한 면으로 여기는 분위기와 체제를 만드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이 경주될 때, 이미 발생한 인권탄압을 해결하는데 급급한 데서 나아가 예방이 선행될 수 있을 것이다.
모색은 부분적으로 전망이다. 모색이 전망과 다른 것은 그 속에 의지나 욕망이 스며 있기 때문이다. 국제인권은 아직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영역은 아니지만, 세밀하고 논리 정합적인 법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올바른 지향점을 찾아나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얻게 된 국제인권 이론에 관한 기초적 지식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법과 국제인권법 등을 공부해 나가며 국제평화 구축과 국제인권 상황의 개선을 위한 뜻있는 모색을 계속해 나가고 싶다.
<참고문헌>
『현대사상과 인권』
법률가의 윤리와 책임, '법조인의 국제인권의식 함양', 정인섭
코드훔치기, 고종석, 마음산책
'인간의 존엄성 보장을 위한 헌법실천 백운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