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점에서부터 마지막으로 나오는 구절까지가 이 소설의 가장 핵심부분이었다. 승우의 사랑이 미주에게 어쩔 수 없는 사랑으로 전달되는 도구가 라디오이며 미주가 승우에게 자신이 위암임을 암시(소설에서는 승우는 익명으로 보내는 미주의 사연이 혹시 미주가 아닐까 반신반의 하다가 정란에게서 사실을 확인한다.)해 주는 도구 또한 라디오이다. 라디오라는 것이 익명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매체이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알리지 않고도 서로에게 말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이 부분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읽혀진 점이 이 소설의 성공 원인중 하나라 생각한다.) 이 소설이 출판된 뒤 라디오 프로그램에 접수되는 사연들 중 사랑을 고백하는 사연이 다수 증가되었다고 한다. 순수문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장르의 특징이 그렇지만 특히 대중소설이 대중소설이라는 약간은 부정적인 명찰을 다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소설들은 읽으면 더 이상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위의 경우처럼, 나도 저렇게 사연이나 보내볼까, 라는 일차적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혹, 이 소설을 읽고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사람이 있어 반문한다면, 난 할 말이 없다. 그건 교황에게 불교를 믿으라는 하는 말과 같을뿐더러, 뭐든 쉽게 읽고 쉽게 얻으려는 사람일수록 대중소설을 밤 새도록 읽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우리가 어렵고 따분하다고 생각하는 시나 소설들은 우리들에게 일차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가끔은 지루할 때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읽음으로서 우리는 생각을 한다. 굳이 예를 들자면 꽃이 지는 것을 보고 누구는 슬프다 할 수 있고 누구는 아름답다 할 수 있다. 꽃이 지는 것을 보고 아름답다 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런 드문 생각을 한다는 것, 생각을 한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뭐든 쉽게 얻으려는 우리들의 특성상, 순수문학은 멀게만 느껴진다.
· 폐교로 왜 두 번이나 가냐?
미주가 요양할 곳으로 택한 곳은 자신들의 사랑이 처음으로 확인된 폐교이다. 요즘 시골에는 폐교가 많다. 그래서인지 각종 작품에 폐교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폐교에 가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폐교에는 왠지 모를 그리움과 향수가 묻어 있고 쓰러져 가는 건물 사이로 예전 뛰어 놀던 개구진 아이들의 모습이 선해지고 동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 엄마의 사랑은 정말 위대한가?
영화에서는 미주가 자신을 포기하고 아이를 살린다는 내용의 모성애만이 드러났으나, 소설에서는 미주의 모성애가 정말 저게 사람일까 싶을 정도로 지극하다. 한시간 마취도 바쁜 수술을 아기의 얼굴을 단 몇 분이라도 더 보기 위해 40분 마취를 원한 것이 대표적이다. 모성애란 것이 무의식중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인데 말로는 설명이 안되지만 모두가 있다고 인정하는 아주 이상한 것이다.
Part7 에필로그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에 지칠때, 그리고 많은 인간 관계 속에서 오히려 단절감과 소외감, 외로움이 느껴질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런 기분을 느낄까라는 의문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다른 이의 일상을 직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문학작품이나, 드라마, 영화등을 통해서 다른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보며 자기 자신을 위안 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안만으로 우리의 영혼의 갈증을 채울 수는 없습니다. 다른 이들의 삶에서 우리의 삶의 가치를 찾아서 그 삶의 가치를 추구하며 하루하루 살아 가며 또다시 외롭거나, 지칠 때.....우리는 이렇게 사는 것이 바로 누구나 살고 있는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갈증을 채우려고 하기 보다는 그 갈증을 즐기는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