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욕에 독특한 특성을 부여하였는데, 도시의 정부와 재판정은 오로지 지나치게 극단적인 경우만을 제외하고는 복수욕의 존재와 정당성을 인정해주었다. 자기가 당한 부당함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더욱 크게 만드는 그들의 상상력은 자기가 받은 은덕 역시 기억 속에 오랫동안 담아두었고, 오늘날 이탈리아 사람들의 성격에도 이런 흔적이 적지 않게 남아 있다고 한다.
한 국민의 도덕성은 신에 대한 의식의 문제, 곧 신이 이 세계를 이끌어 가는 것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믿음을 가지느냐 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당시 이탈리아의 교양 계층의 종교심은 중세 유럽인들과 마찬가지로 타고난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강한 개인주의는 그들로 하여금 종교에 있어서도 다른 문제들처럼 완전히 '주관적'인 태도를 지니게 만들었다. 그들은 또한, 외적인 세계와 정신적인 세계의 발견이 가져다준 매혹이 매우 커서 '세속적'으로 되었다. 르네상스를 중세와 날카롭게 대립하는 것으로 보이게 만드는 세속성은, 자연과 인성에 관련된 새로운 관점, 사상, 의도들이 대량으로 넘쳐나면서 생겨났다. 그 자체로 살펴보면 이 세속성은 오늘날의 교양적 관심이 보여주는 것보다 종교에 훨씬 더 적대적이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탈리아 사람들은 옛날부터 비잔틴 및 회교도들과 빈번하고 가까운 접촉을 가졌던 덕분에 중립적인 '관용(Toleranz)'의 정신이 형성되었다. 관용과 공평함은 다른 무엇보다도 인간 탐구와 결합되었다. 그럼으로써 우선 회교 사상과 만나게 된다. 특히 이슬람 민족들의 수준 높은 문화를 인식하고 경탄한 일은 이탈리아 사람들만의 일이었다. 13세기에 벌써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서 회교도들이 흔히 술탄의 성품과 결부시키는 고귀한 품성, 품위, 자부심 등 회교의 이상(理想)을 인정한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한다. 오스만투르크 사람들의 파괴적이고 소모적인 행태에 대하여 이탈리아 사람들은 별로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국민 전체가 그들과도 화해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에서의 르네상스 문화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추상적이고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정된 분량에 다 다루기가 벅찬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책의 내용에 충실하려 하였다. 중ㆍ고등학교 때 서양사를 공부하면서 르네상스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이해하고 암기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전에는 르네상스라 하면 그저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고대 문화 부흥운동, 인문주의 그리고 몇 몇 위대한 예술가들 이름 정도만 떠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하여 최소한 다른 각도에서 고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또한 중간 중간에 흥미 있는 에피소드나 그 밖에 당시 사람들의 일상 생활에 대한 묘사는 책을 읽는데 지루함을 덜어 주었고 내용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이 엄청난 내용들을 두루 섭렵했던 저자에 대해 정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가치 있는 책을 읽을 수 있었던 나의 경험 또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