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는 형국에서 문학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가 문제이다.
문화로서의 예술은 시대의 변화와 더블어 위축 또는 팽창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존재자체가 위협적일 정도로 패망의 위기에 빠진 적은 없다. 영화가 나오면서 연극계가 타격을 받았지만 연극은 모색과 실험이라는 자체 내의 생존방식을 통해 존재해 왔고, T.V가 대중매체로 등장하면서도 영화는 역시 꾸준한 변화와 변신을 통해 독립된 예술적 지위를 유지해 왔다. 우리가 당대를 문학의 위기로 파악하는 것은 이념적 좌표의 상실때문이지 존재론적 위기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당대의 문학적 글쓰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다. 결국 이 때에 문제되는 것은 상업적, 통속적, 대중적 문학이 예술성을 확보해가면서 문학적 자율성을 유지해가는 것이다. 이 시대에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끊임없는 진정성 추구를 통해 예술로서의 설자리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다.
흔히 당대를 포스트 모던 시대라 한다. 이는 예술 뿐만 아니라 문화 전반을 규정짖는 용어이다. 하비는 그의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이라는 책에서 "영화가 사진과 더블어 문화적 모더니즘 최초의 거대한 분출이라는 맥락에서 나타난 예술 형식"이며 또한 "모든 예술형식들 가운데 교훈적인 방식으로 시 공간의 뒤얽힌 주제를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듯"
. D. Harvey,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구동회 박영민 역, 한울, 1995, 374면.
하기 때문에 포스트 모던 시대의 시 공간을 압축한 장르로 지적했다. 시공간을 압축한 장르로서 문학과 영화는 서로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영화나 모던/포스트 모던 소설에 드러나는 몽타주, 컷백, 클로즈업의 기법과, 4차원적 시공간, 장면전개의 불연속성, 사건의 동시적 전개, 다성적 대화 등은 두 예술장르 사이의 상호관련 양상을 보여주는 예이다. 이 둘이 고전적 사실주의에 입각하여 각각의 담론을 형성하고 있지만, 각각은 상호 영향하에 있다.
극장 영화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할 때, 다른 매체에서뿐만 아니라 영화에서의 기술적 발전(특히 극장 스크린에서의 혁신), 일반적으로 전체인구의 규모와 인구학적 통계, 특별히 영화관객의 규모와 인구학적 통계, 영화와 사회질서에서 그들의 위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적 추세 등 많은 요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그러나 앞으로 제시될 것들이 예측이 아니라 오히려 현상황에 대한 시각에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제안임을 명심해야 한다.
. J. Linton & G. Jowett, 『영화커뮤니케이션』, 김훈순 역, 나남출판, 1994, 186면.
린톤과 조엥은 영화의 미래를 영화 커뮤니케이션의 구조 속에서 포착하려고 했다. 영화의 미래를 기술적 진보, 영화 인구, 영화의 사회적 경제적 요인 등 보다 현실적인 입장에서 영화를 파악하려고 했다. 이들은 영화를 단지 대중의 오락물로서 아닌 미적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로 인식했다. 그래서 그들은 영화의 미래에 대해서, 첫째로 '군중 속에 존재하는 선천적인 흥분'을 이용하는 복수 매체(multimedia) 경험의 개발, 둘째로 시청자들이 그들의 좌석에 앉아서 특별한 효과를 창조하는 데 참여하도록 하는 상호작용적 장치의 개발, 셋째로 영화에 연극과 생음악의 결합, 마지막으로는 현대의 자기 도취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극장에 입장하려고 기다리는 관객들을 로봇 카메라로 테이프에 녹화할 수 있고, 적절한 시기에 상영 사이에 삽입하여 그들의 대형 스크린 비디오의 사용
. J. Linton & G. Jowett, 같은 책, 213-214면.
등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기에서 그들은 영화를 예술의 영역을 넘어 문화산업의 한 영역으로 설명했다. 대중매체로서의 기능과 관객이 영화에 참여하도록 하는 장치, 그리고 관객 역시 주체적 입장에서 영화의 제작에 참여하는 것 등은 모두 매체를 보고 즐기는 정적 기능에서 함께 게임처럼 즐기고 참여하는 동적인 기능에로의 새로운 매체적 변신이다.
그들의 4가지 전략은 문화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 해당된다. 사실 영화는 1세기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눈부신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각종 실험과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곧 영화의 미래와도 결부된다. 영화는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력으로 대중의 미적 취향에 부응해갈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로 단순히 보는 영화의 개념에서 함께 참여하고 누리는 방향으로의 변화가 요청될 것이다. 그리고 여타 예술장르와 보다 긴밀하게 협조하면서 그들의 자율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영화와 소설은 그들 장르가 가진 특수성으로써 여타 예술장르와 변별성을 유지하면서 항상 부단한 자기 실험과 혁신을 모색할 것이다. 이들은 독립된 주체로서 형성되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 각 장르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면서 상호관계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확인하고 지속시켜 나갈 것이다.
참고문헌 ------------------------------------------------------
1. Platon, 『국가 소크라테스의 변명』, 조우현 역, 삼성출판사, 1982, 359-360면.
2. A. Hauser,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창작과 비평사, 1984, 245면.
3. 오영진, 「영화와 문학에 관한 프라그멘트」, 조선일보, 1939.3.2.
4. 莊子, 『장자』, <山木>편.
5. J. Linton & G. Jowett, 『영화커뮤니케이션』, 김훈순 역, 나남출판, 1994, 186면.
6. 신승엽 외, 「90년대 문학의 현황 점검」, 『창작과 비평』, 1995.6.
7. D. Harvey, 『포스트 모더니티의 조건』, 구동회 박영민 역, 한울, 1995, 374면.
8. J. Mayne, 『사적소설 / 공적영화』, 강수영 류제홍 역, 시각과 언어, 1994, 138면.
9. M. Bakhtine, 「생활 속의 담론과 시 속의 담론」, 『바흐친 : 문학사회학과 대화이론』, 최현무 역, 까치, 1987, 164-165면.
10. S. Chatman, 『영화와 소설의 서사구조』, 김경수 역, 민음사, 1989, 26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