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으로 파산한 사람들 중엔 종교에 의존하면서 생활에 적응하는 경우도 많지만 또 다시 자신을 미혼모로 만들었던 사람의 아이를 임신해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보호시설들에선 이따금 기분 전환을 위해 가까운 곳 소풍을 가거나 단체 영화관람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하지만 요즘 어린 미혼모들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까지 싫어한다고 합니다. 남들이 볼까 무섭다면서「죽어도 안 나가겠다」고 한다는 겁니다.
저는「미혼모들이 불쌍하니 도와줘야 한다」고 하거나「어쩌면 그렇게 무책임할 수 있냐」고 말할 생각은 역시 추호도 없습니다.「사회가 낳은 산물이니, 모두 사회의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요.
여느 문제가 다 그러하듯 예방이 우선 시 돼야겠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미혼모들 역시 그들을 사회로 불러들여 재적응 하도록 도와주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합니다. 개인적인 상처나, 그것이 불어나 사회적인 상처로 됐거나 간에 음지에만 있으면 곪게 마련입니다. 그들의 문제를 내놓고 털어놓을 수 있는 장을 제시하기 위해선, 일단 열린 마음이 필요하겠지요.
「입양」에 대해서도「고아 수출국」이란 말 들으면 안되니까 무조건 줄어야한다는 식으로가 아니라 미혼모나 그 아이들 입장에서 구체화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쩌면 이런 고민 자체가 신생아의 3분의 2가 미혼모 자녀라는, 아이슬란드 같은 나라에선 의미 없을런지 모릅니다. 하기사 영국이나 미국은 미혼모에 대한 복지 혜택이 너무 많아, 오히려 이를 역이용하는「싱글 마더」들이 있어 문제라고 하대요. 하지만 미혼부에겐 면죄부를 주고 미혼모만 거론하는 문화는 동서양 모두 같다고도 합니다.
수소문 끝에 만난 40대 미혼모 출신 여성과 나눈 대화는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떠올리게 했습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돼 한 남자의 아내가 된 그녀는 지금도「그 때」를 돌이키면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괴롭다고 했습니다.
심한 죄책감과 상실감에 대한 기억이 너무 싫어 생각을 자꾸 밀어놓고 싶다고도 하대요. 그녀는 살다보면 사람마다 각기 저마다의 상처가 있게 마련인데 이 상처는 꼭 소설 속「주홍글씨」처럼 가슴에 낙인 찍혀 평생을 지고 살아야 하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무조건 회피하는 것만이 해결책이 아닐 것 같아 보호시설에 후원금을 보내지만 자기와 같은 길을 걸을 수많은 어린 미혼모들을 생각하면 또 가슴이 쓰라리다고도 했습니다.
미혼모 문제가 뾰족한 답안이 나오지 않은 채 음지로 들어가는 데엔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사고의 전환」이라는, 어쩌면 돈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어려운 과제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들을 보듬을 자세 까진 갖지 못하더라도 10만 명으로 추산되는 미혼모가 생겨나게 된 데 대해 고민해볼 일이라 생각합니다.「사고의 다양화」,「사고의 전환」은 포르노물을 접할 때 너그러워지기 위해서만 발휘할 일이 아니라 이런 문제 앞에서도 발휘돼야 하지 않을까요?
예방책으로「이런 상황에서 이런 책임을 질 수 있다고 생각한 뒤에 행동해라」식의 구체적인 성교육이 필요할 겁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론 부모의 손길 없이 세상 빛을 보는 아이들이 이 땅에서 더 생기지 않길 바랍니다. 덧붙여 피치 못해 미혼모가 된 후라도 진정한 사랑이 무엇이고 진정한 순결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걸 상처로 범벅된 그들이 깨달을 수 있길 바랍니다. 취재하면서 배가 남산만한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만나본 사람으로서 적어도 저 만큼은 그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황성혜주간부기자 : coby0729@chosun.com)
4) 미혼모의 아이들
http://back.or.kr/main04-2d.htm
미혼모 보호상담기관에선 종교교육과 보건 및 성교육, 직업 훈련교육을 실시해 이들의 재기를 돕고 있다. 종교교육의 목적은 성경말씀으로 이들을 새롭게 다시 태어나게 하는데 있다. 이를테면 간음한 여인을 용서한 예수님의 예를 들어가며 죄의식으로부터 해방하게 하는 것이다. 보건교육과 성교육 시간에는 순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 임신의 경로를 시각자료를 곁들여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한다.
이럴 때면 대부분의 미혼모들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가 하면 자신의 무지를 한탄하는 이들도 있는데, 교육을 통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가 아니라 같은 전철을 다시 밟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이렇게 되어 버리고 만걸' 하고 체념하지 않고, 다시 꿋꿋이 일어나게 하려는 것이 교육의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미혼모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차갑기 그지없다. 성탄절과 연말연시에 고아원, 양로원을 찾는 사람이나 단체는 꽤 있지만 미혼모 보호시설은 항상 위문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형편이다. "미혼모라면 으레 몹쓸 죄인으로 취급하기 쉽지만 인간이란 비슷한 지경에서는 누구나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으며 우리의 형제, 자매, 친구, 심지어는 부모, 자녀가 그 대상임을 알고 건전한 가정 생활과 사회 풍토를 이끌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라는 홀트아동복지회 박영옥 상담부장의 말이다.
그리고 미혼모가 출산한 아동에 대해서도 그 생명 또한 귀한 존재로 존중되어야하나 그들은 축복 받지 못한 상황아래서 사회와 국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대부분 한 달 가량 위탁모의 손에 길러져 입양이 된다. 간혹 미혼모에게 몇 달쯤 키울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주는 곳도 있지만 아직 우리 나라의 형편으로는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한다. 국내외 해외입양아 중 90% 이상이 미혼모의 친권포기에 의한 아이라는 것이 그 증거인 것이다. "미혼모가 낳은 아동들은 입양되거나 아동보호시설에 수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혹 미혼모가 양육하더라도 사생아라는 꼬리표가 달리게 되지요. 또 아이가 저소득 가정 속에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행청소년이 될 가능성이 커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합니다."라고 박영옥 상담부장은 말했다.
어떠한 경우든, 그들 미혼모의 아이들도 하나님의 특별한 계획 속에 창조되어진 존귀한 생명들이므로, 이 생명들도 다른 모든 이들처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누려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