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 것 같습니다. 힌두교를 예를 들자면 창조신인 브라흐만은 창조적 현상, 창조의 힘 그 자체에 거의 가깝습니다. (이는 다른 다신교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주로 창조와 관련되는 신들은 인격성이 거의 없다.) 하지만 브라흐만 이외의 신들은 인격성 및 인위성이 두드러지는데요. 같은 힌두교 3대신인 라크슈미와 시바만 해도, 라크슈미가 변화 및 양육을 주재하지만 그 양육의 힘 자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살육과 파괴의 신 시바도 파괴 그 자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시바도 가끔은 자비로운 행동을 베풀거나 (힌두교 성전 베다에는 시바가 마차를 몰고 도망을 가는 길에 지나가는 개미를 밟지 않기 위해 마차를 멈췄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라크슈미 또한 자비롭지 못한 행동을 하거나 파괴를 하는 일이 있는 것이 그러한 면을 증명해줍니다. 또한 힌두교에서는 화신(化身; avaratara, reincarnation) 이라는 개념이 있어 인간이 신일 수도 있지만, 이 化身은 어떤 신이 잠시 인간이나 짐승의 모습을 빌거나, 이용한 다는 개념으로,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처음부터 선택받은 존재입니다. 그러므로 보통의 인간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신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자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스푸투니크의 연인」에서의 한 씬이 떠오릅니다. 「상징(象徵)과 기호(記 )」의 차이에 궁금증을 품는 여주인공 스미레. 그 질문에 대해 그녀의 친구는 "천황은 일본의 상징이 될 수 있지만 일본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어. 반면, 일본의 기호는 일본 자체와 등가라고 할 수 있지"라고 대답합니다. 기호(icon)의 개념은 상징(symbol)을 포함합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과 일본의 かみ는 비슷한 맥락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즉, 일본의 かみ는 어떠한 위력, 힘, 원천 등의 아이콘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7. 맺음말
일본의 かみ란, 구원적이나 지도자 적인 인격적 특성을 지니는 현대적·통상적 개념의 신과는 약간은 다른 개념입니다. かみ란 그 존재 자체가 어떠한 힘·자연물·자연현상· 행위적 특성·존재적 특성 등, 일률적으로 잣대질하거나 분류시키기엔 다소 잡다하고 복잡다단한 개념들의 권위가 신격화 된 것입니다. 이러한 かみ들은 복잡하게 얽히며 공존하는 중층적 구조 속에 존재하고 있으며, 선과 악이라는 개념보다는 淸き(깨끗함,순수함 :원래 그래야만 하는 자연스럽고 길(吉)한 상태)와 汚き(부정함,더러움 : 원래 그래야 할 모습에서 무언가 잘못된 방향으로 비틀어져 부자연스러운 불길한 상태)의 관념이라는 도덕적 개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かみ는 다른 종교에 비해 그 인격성이 약하여, 교화성이나 지도성,이데올로기성이 약합니다. 그러한 인격적 측면보다는 존재의 근원, 존재적 특성, 현상, 권위 그 자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콘(icon)성이 강합니다.
단, 제가 생각하는 일본의 かみ들의 이러한 특징은 대체적으로 서열·질서가 안 잡혀져 있으며, 인간사회를 닮은 구조 속에 존재하는 대단히 다양하고 복잡다단한 일본의 かみ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러한 사실조차도 일본의 かみ들의 특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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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서적:
일본사상사 /守本順一郞 /이론과 실천
日本人의 思惟方法 /中村元
일본신도사 /村岡典嗣 /예문서원
일본문화이해 /김문길 편저 /PUFS
일본문화사 /이에나가 사부로 /까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