였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던 남편들은 파업이 한 달째 계속되는 등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들은 주지사에게 탄원서를 보내고 전화 항의를 해 결국 수돗물 공급과 수도관 교체 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터키 주부들의 사건과 아주 흡사한 이야기가 또 있다. 유명한 그리스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곡 〈리시 스트라테〉가 바로 그것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 간에 전쟁이 한창 벌어질 때였다. 아테네의 여인 리시스트라테는 스파르타의 한 여인 과 만나 “잠자리를 거부할 것”을 결의한다. 끊임없이 싸움질만 하고 가정은 돌보지 않는 남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리시스트라테는 한 술 더 떠 동네 여인들을 모두 아크로폴리스 신전에 모아 문을 잠그고 섹스 스트라이크를 주도한다.
결말이 어떻게 났을까. 예나 지금이나 결과는 똑같다. 마침내 아테네와 스파르타 남성들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전쟁을 종식시키고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사실 이 희곡의 주제는 부부간의 성문제가 아닌 반전과 여성해방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과거나 현재나 성문제를 부부간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부간의 성생활 중 서로의 합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구타·별거 중인 상태에서 강압적인 성관계는 명백한 성폭력이라는 '부부간의 강간죄'를 법제화하자고 앞의 내용에서와 같이 거론되고 있다.
1970년대 말 이후 전세계적으로 여성해방운동이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기존의 강간죄 법리가 남성중심적인 요소를 많이 포함된 것임이 밝혀졌으나 우리 형법상에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강간죄에 대한 통설과 판례는 여전히 미국의 '강간죄 개혁운동' 이전의 관념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 독일 형법상 강간죄의 입법적 변화를 무시하고 있고 도그마틱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혼인에 따라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기된다고는 볼 수 없으며, 강간죄의 성립여부는 가해자의 폭력의 정도나 피해자의 저항여부가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여부를 중심에 놓고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순을 없애기 위해서는 미국, 독일과 같이 강간죄의 대상을 여성개발원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부녀'에서 '남녀'등 재규정하고, 강간죄의 감경적 구성요건을 새로이 규정하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의 인식의 변화 또한 필요하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