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지배로 인해 경제적으로 수탈 당하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있던 우리 민족에게 일제와 우리 민족의 관계는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의 관계와 동일시되어 계급해방은 곧 민족해방이라는 생각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1920년대 초 식민지 조선에 소개된 사회주의 사상은 급속히 그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당시의 프로문학에 대한 비판과 혐오의 감정으로 볼 때, 심훈에게 있어 사회주의 이념은 식민지 지식인이 현실과의 갈등과 그 극복의 논리로써 채택한 존재의 논리라기보다는 당위의 놀리였을 것이다.
심훈은 효용성과 계급성을 강조하는 당시 프로문학운동의 방향에 원칙적으로 동조하고, 따라서 무산계급 예술의 당위를 주장한다.
심훈은 조선의 사회구조를 브루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대립구조로 인식하고 있으며, 후자를 역사의 주체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당대 카프의 이념과는 배치되는 의견을 보이고 있으니, 바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한 실제적인 작품 행동에 관한 것이다. 지독한 검열을 하는 극도로 불리한 황경에서 카프의 소위 목적의식성의 구현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심훈의 이러한 관점은 그가 현 정세 파악에 탁월했음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심훈은 분명히 프로문학을 하나의 역사적 필연으로서 인식하였다. 그럼에도 식민지 조선의 현실적 조건을 몰각한 카프의 소시민적 급진주의 또는 기계론적 편향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으니, 검열 등의 현실적 조건에 대한 태도와 프로 예술이 대중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대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로써 심훈의 문학관은 바로 대중적 문학 예술관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위안으로서의 예술 그 자체를 주장한 것은 물론 아니다. 현실관중 또는 현실 독자의 요구를 감싸안으면서 일정한 사회적 각성을 끌어내려는 진술을 채택한 것이다. 예를 들면 성애문제, 결혼이혼문제, 양성도덕과 남녀 해방문제 등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심훈의 문학예술관은 상당히 복잡하고도 독특하다.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것은 아니지만 민족주의 이념을 바탕에 깔고 있었으며, 그러한 바탕 위에서 당대의 민족현실을 바라볼 때, 바람직한 문학예술의 구현방향을 리얼리즘에서 찾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 당대를 풍미하던 계급문학이론과 만나 그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의식적 공산주의자가 될 수는 없었으니, 계급사상과 당시 식민지 조선이라는 정세 하에서 행해지던 그들의 행동과 이론의 한계와 맹점을 비교적 정확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의 기질적인 면이 바탕이 되고, 나름대로 현실을 파악하고 대응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인 바, 결과적으로 그의 문학예술관은 좌·우 어디에도 매몰되지 않았던 그의 고집을 나타내는 것이면서, 때에 따라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 그것을 섭취하는 융통성도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은 상당히 정확한 시각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대안과 행동에 미흡하다는 맹점을 함유한 중산층지식인 의식이란 작가적 한계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I. 마치며
심훈의 문학은 그의 삶과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그 자신이 민족적 암흑기라는 당대와 치열하게 맞서려 했고, 그 과정에서 보인 일련의 행동양상 중에 최후로 선택한 것이 소설이라는 작품활동을 통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당대 문단의 양대 주류라 할 수 있는 계급문학파와 민족문학파 그 어디에서 구속받지 않는 독특한 성격을 보인다.
시대적 양심에 충실하여 당대를 가장 정확하게 탐색, 반영하고 또 그 대안을 모색하려 했던 것이 작자 심훈의 일련의 작품이라 할 것이다. 소위 민족주의적 작가들이 시대적 핵심에 관한 사항을 회피하거나 지극히 우회적인 방법과 미온적인 태도로 극히 미미한 부분만을 작품화하는데 그치고, 반면 프로작가들의 작품은 저항을 위한 저항, 너무 구호적이어서 공허한 형상화에 머무르고 말뿐이었던 상황에서, 그 양자의 한계를 동시에 넘어서고 있는 모습에서 그의 작품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의를 대표적으로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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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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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경림편, 농민문학론, 온누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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