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Jong-Wha, Government Intervention and Productivity Growth, Journal of Economic Growth, vol 1, Sep 1996. pp.391-414. 이정우, 2002(미간행), 재인용
한국의 경우 경제기획원의 제도적 자율성과 정부 부처 내에서의 우위성은 최고통수권자의 의지라는 불안정한 기반위에서 존재했던 것이기에, 불과 1960년대 후반부터 청와대 비서실을 중심으로 한 대통령 직할 체제가 구축되어 그 결과 경제기획원의 자율성과 정책주도능력은 점차 약화되었다. 윤상우, 「동아시아 발전국가론의 비판적 검토」,『경제와 사회』제50권, 1997 겨울. pp168-170.
III. 결론
지금까지 필자는 이 글에서 지난 눈부시게 성장한 한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설명하는 발전국가론의 생성배경과 그 이론적경험적 비판을 다루었다. 발전국가론은 논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신고전파 자유주의의 시장만능주의, 동시에 볼셰비즘의 국가만능주의와도 거리를 두면서, 동아시아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는데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필자가 정리한 여러 논자들의 비판 말고도 발전국가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여타의 경제발전론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경제성장을 절대화하여 여타의 중요한 사회적 ‘발전’의 지표들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마티야 센이 제시하는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관점을 취한다면 과연 한국과 동아시아가 경제발전을 해온 것인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가장 친근한 예로, 3선 개헌 이후 박정희 정권과 전두환 정권하에서의 정치적 자유의 억압과 탄압을 우리는 ‘발전’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인간의 기본권과 자유가 억압되는 시기의 소득의 증가는 ‘발전’이 아니라 양적 성장이라고 분명 평가절하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여타의 독재정권은 민주주의를 혐오하고 억압하며, 독재를 합리화하기 위해 민주주의가 경제발전에 장애가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필자가 본문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국가의 과도한 자율성은 언젠가 민간 부문에서의 약탈을 가져올 것이라는 발전국가론에 대한 경험적인 비판은 결코 민주주의가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담론’은 우리에게도 유신 독재 시절 박정희가 내걸었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지금도 이광요, 마하티르 등이 아시아적 가치 대체 아시아적 가치란 무엇인가? 독재와 인권탄압이 아시아의 유구한 문화적 전통 중의 하나인가? 이것들은 서구 제국주의가 식민지에 남긴 씻기지 않은 유산이며, 청산되지 않은 서구문명의 잔재일 뿐이다.
라는 이름으로 선전하고 다니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 문제는 한국의 경제발전을 평가하는데 아킬레스 건 임은은 분명하다. 민주주의와 독재 중 어느것도 경제발전에 유리하다는 증거가 없는 이상 당연히 민주주의가 독재보다 우위에 놓여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어제 끝난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지난 독재시대의 발전의 패러다임을 유지하고 있는 정당의 인물이 아니라 ‘분배에 기반을 둔 성장’의 패러다임을 가진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는데 있어 더 이상 한국이 과거로의 회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강고히 남아있는 보수파와 재계는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며 동시에 한국의 노동운동의 과격성을 비판하면서 국가 폭력의 개입을 요구하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 한국 사회이다. 이 모순성을 깨면서 ‘민주주의는 이제 그만’이 아니라 ‘보다 많은 민주주의’로, 노사화합과 경제발전을 이끌어 내는 것이 앞으로 남아있는 한국의 경제와 사회의 진정한 과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