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 기간 동안 이들의 생산과 축적도 크게 제약을 받았다. 해방 후 미군정기까지는 철수해버린 일제 경영층을 대체할 만한 민족자본(기업)가가 빈약했던 데다 식민모국(일본)경제와의 단절로 인한 분업의 붕괴와 운전자본 부족 때문이었다. 미군정기와 한국전쟁 이후에는 귀속재산의 특혜적 불하에 의하여 새로운 자본가층(層)이 형성되고 공장의 가동과 축적이 재개되었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자주적 자본축적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귀속재산을 점유 내지 불하받은 기업가의 대부분이 일제하에서 일본인회사의 직원이었거나 예속된 자여서 민족적 양심이나 자율적인 국민경제를 형성할 의사가 없었고 내연적 성장을 지향하기보다는 외연적 성장을 지향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한국 자본가의 주류를 이루었기 때문에 1960년대 개발전략은 이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경제조건은 소국의 빈약한 자원과 자본 그리고 소수의 민족자본가 속에서 발전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개혁을 추진한 정치행정세력도 일본군 출신이거나 일제교육에 길들여진 관료가 대부분이었고 집권과정도 정당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자생적 발전의 길을 걸을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결국 방향 감각 없이 그들이 선택한 정책은 발전 성격이야 어떻든 양적 성장이 지상목표였으며, 구체적으로는 외연적 성장 즉 수출외자주도 성장전략의 채택이었다. 해외에 투자재를 의존해야 하는 기술수준과,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힘든 국내의 자원부족과 협소한 시장이 수출지향형 산업개발전략을 수립하는 배경으로 작용한 것이다.
수출중심 경제성장의 성과 양적 성장과 공업구조 고도화와 함께 추진된 수출주도 경제개발정책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성과를 이룩했다.
① 협소한 국재시장 조건을 극복하고 방대한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수요기반을 조성했다.
② 자립적 기반 형성을 뒤로 미루고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통하여, 세계적 자본축적대열에 끼어든 것은 모험이기는 했으나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③ 1945년 해방 이후 자본축적운동 주체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할 민족적이고 근대적인 자본(기업)가가 매우 열악했으나, 수출주도성장전략에 의해서 많은 자본가가 육성되었다.
5) 기타 - 여성인력의 사회진출
1960년대 한국사회는 섬유와 식품 등의 경공업을 중심으로 수출지향적 산업화를 추구하기 시작하였다. 정부의 저곡가정책은 물가를 안정시키고 도시노동자의 생계비를 낮추어서, 자본으로 하여금 저임금구조를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반면에 이러한 정책은 농촌의 생활기반을 흔들어 농촌의 가족들은 먼저 도시로 진출한 자녀들이 송금하는 생활비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려 나갔다. 특히 저임금을 기초로 한 1960년대 수출지향적 산업화에서 양질의 저렴한 여성노동력의 비중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16~17세의 어린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가족 등 남성들을 위한 여성의 희생, 가령 남동생의 학비 마련을 위한 누나의 희생 등은 이 시기 여성이 가지고 있었던 희생이자 발언권이 강화된 예로도 볼 수 있다.
1970년대의 저임금정책에 기반한 수출산업의 추진은 대기업의 성장과 다국적기업의 국내진출로 여성노동자의 수를 급격히 증가시켰다. 이 시기의 여성들의 경제활동참여를 보면 1960년에 28.4%에서 1970년대에는 37.6%로 증가되었다. 같은 기간의 남성 경제활동참여율이 각각 76.7%, 72.5%인 것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이지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섬유, 의복, 고무, 전자기기, 식료품 등 노동집약적인 부문에는 여성근로자가 크게 집중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