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낸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것은 호랑이 설화 자체가 구비전승물로서 완전한 서사체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이야기에서 호랑이는 한이 없는 식욕을 보이며,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어슬렁거리며 다닌다. 또한 그 과정에서 어린아이들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고를 보여준다. 그래서 늘 속는다. 그리고 그는 도덕성이라고는 전혀 없으며 어떤한 금기도 지킬 의사가 없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줄거리를 <과제-해결실패>형으로 나타낸다. 그런데 여기에 속하는 이야기들은 과제 해결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로 조금씩 구별된다. 먼저 과제 해결의 가장 초보적인 것이라 판단되는 이야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이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료1)
1.호랑이가 먹을 것을 찾으러 인가를 찾아 나선다.
2.호랑이가 어느 집 마당으로 들어선다.
3.호랑이가 곶감이 자신보다 무서운 존재라 생각한다.
4,호랑이가 소도둑을 곶감이라고 생각한다.
5,호랑이가 동료를 곶감이 죽였다고 생각한다.
6.호랑이가 곶감이 무서워 도망을 간다.
) 최운식, 『충청남도 민담』, 집문당, 1984, 19~22면.
자료1에서 1의 내용은 호랑이가 직면한 식욕 충족과 관련된 문제이자 과제이다.
2는 호랑이가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시도한 과제 해결을 위한 행위이다. 3~6까지는 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그의 노력이 왜 실패하는지를 극화한 부분이다. 이러한 내용의 구성에서 호랑이가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주목해 보면 그의 지극히 낮은 인지 단계가 확인된다. 곶감을 자신보다 무서운 존재라고 여기는 것은 대상을 자신과 분리해서 볼 수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인식 작용이 낳은 결과이다. 그리고 이 단계의 인식으로부터 끝까지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인식단계가 과제 해결을 실패로 돌아가게 만든다. 사회화의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내용은 철저하게 자기 중심화에 빠져 있는 경우를 나타낸다.
호랑이의 과제 해결 과정을 기준으로 하여 볼 때 이와는 다른 과제 해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제시한다.
(자료2)
1. 호랑이가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다.
2. 호랑이가 사람으로 변신을 한다.
3. 호랑이가 지나가던 사람을 환대한다.
4. 호랑이가 부주의해서 자신의 정체를 묵고 있던 사람에게 노출시킨다.
5. 호랑이가 사람의 말을 믿고 방울이 제일 무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6. 호랑이가 꼬리에서 난 방울 소리를 듣고 무서워한다.
7. 호랑이가 숲에서 방울 소리를 듣고 무서워한다.
8. 호랑이가 토끼와 꼬리를 묶고 도망을 간다.
) 임동권 『한국의 민담』, 서문당, 1977, 43~45면
자료2에서 1은 호랑이가 안고 있는 과제 곧 위장을 채워야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2와 3은 허기진 위장을 채우기 위한 호랑이의 과제 해결의 시도이다. 여기서 호랑이는 대상 혹은 상황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변신을 통한 속임수이다. 이것을 논리 조작의 측면에서 보면 가역 변화를 활용한 것이다. 가역변화에 대한 이해는 사물을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5에서 7까지에서 보여준 그의 인식 단계는 그가 또다시 자기중심성으로 퇴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방울을 제일 무서운 것이라고 끝까지 믿는 것은 자신과 자신의분리 그리고 자신과 환경의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렇게 하여 그의 욕구 해결을 위한 시도는 실패로 끝난다. t회화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내용은 자기 중심성과 탈중심성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를 나타낸다.
과제 해결의 과정에서 자기 중심성으로의 퇴행이 사라지고 경쟁이라는 새로운 요소가 첨가되어 있는 이야기가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제시한다.
(자료3)
1. 호랑이가 함정에 빠져 지나가는 사람에게 구해달라고 한다.
2. 호랑이가 자신을 구해주면 잡아먹지 않겠다고 거짓말을 한다.
3. 호랑이가 자신을 구해 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다.
4. 호랑이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동물들을 찾아간다.
5. 호랑이가 마침내 토끼의 말을 듣고 다시 함정으로 들어간다.
6. 호랑이가 함정에 들어가서 다시 나오지 못한다.
) 한상수, 『한국민담선』, 정음사, 1977, 140~141면
자료3의 2에서 호랑이는 사람을 교묘하게 속인다. 이것은 속임수라는 조작을 통해 성취한 결과이다. 그리고 그는 4에서 계속해서 사람을 속인다. 이것은 애초의 함정에서 빠져 나오는 과제와 주린 배를 채우는 과제를 그가 동일하게 속임수를 통해서 해결하려고 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의 술책은 처음에는 성공적인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래서 함정에서도 벗어나고 이제 사람까지 먹을 수 있는 기회가 그의 앞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뒤 이은 속임수 경쟁에서 패함으로써 과제 해결이 노력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가 되고 만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보다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러나 호랑이는 이러한 경쟁의 환경에서 승리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사회화의 측면에서 볼 때 자기 중심성에서는 빠져 나왔으나 새로운 환경에는 적절하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호랑이 설화의 안에는 <과제- 해결실패>와 <과제- 해결성공>이 있다. 이 두 줄거리 수준에는 또한 세부적으로 나누어지는 줄거리가 있다. 그리고 각각의 줄거리 수준에는 각 수준에 대응하여 주인공 호랑이의 사회화 발달 저도가 이야기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줄거리의 수준면에서 그리고 주인공 호랑이의 사회화 면에서 호랑이 설화가 아동 발달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 맺음말
우리가 흔히 접해왔었던 호랑이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그에 속하는 설화와 민담 그리고 트릭스터 라는 생소한 분야를 접할수 있었다. 어릴때부터 전해 들어오던 호랑이 설화가 그냥 듣고 넘기던 그런 흔한 이야기들 안에 많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 역시 알게 되었다. 설화 안에는 아동 발달의 특징도 알 수 있다는 것을 논문을 준비하면서 알게되었다. 나의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고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