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에서의 폭력은 쉽게 드러나지 않고 사회에서의 다른 폭력과는 달리 외부의 개입이 힘들기 때문에 피해 당사자가 겪는 비인간적인 고통과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아내학대는 개인 뿐 만이 아니라 가족과 사회에도 부정적인 폐해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단순한 개인이나 가족만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으며, 사회의 건강성을 해치는 명백한 사회문제이다.
우선 아내학대는 가족해체의 주요원인이 된다. 학대가 발생하면 단순히 부부간의 문제를 넘어 자녀에 대한 학대로 이어지게 되고 부부학대로 인한 부부관계의 상실은 가족의 해체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다음으로 아내학대는 청소년 비행의 주요원인이 된다.
마지막으로 아내학대는 세대 간 전승이 될 수 있다. 어려서 부모의 학대를 경험했거나 부모의 배우자 학대를 관찰할 경험이 있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폭력을 행사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아내학대는 학습을 통해 다시 폭력을 유발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된다.
이처럼 아내학대가 사회에 끼치는 여러 가지 부정적 영향을 인식하고 이에 적절히 대처하고 예방하기위해서 사회적으로 법적인 측면의 미흡한 점들이 잘 보완되고 사회복지적 서비스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매 맞는 아내의 분노’의 내용을 살펴보면 매 맞는 아내들이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면서도 여러 가지 사회구조적, 그리고 개인내적인 이유로 폭력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즉, 매 맞는 아내들은 그러한 폭력가정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받는 정신적 고통까지 더하여 이중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매 맞는 아내들이 폭력가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방법들도 함께 지원되어야 할 것이다.
<부록>
1. 아내학대에 대한 통념
아내 학대가 여권 운동가들에 의해 사회 문제화 되면서 아내 학대 문제가 더 이상 각 가정의 사적인 문제로만 간주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학대 구타가 많은 사람들에게 숨겨진 '소리 없는 범죄'로 존재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널리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사회 전반에 걸쳐 만연되어 있는 아내 학대 문제에 대한 잘못된 통념들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 현존하는 아내 학대에 대한 통념들은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인 시각과 남성의 폭력 행위를 허용하는 현 사회의 이념 체계를 잘 반영하고 있다.
①‘아내 학대는 드문 일이며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심각하지 않다’라는 통념이다.
이는 문제를 은폐하려는 경향 때문에 실제로 발생되는 모든 사례가 신고 되지 않고 있으며, 신고 된다 하더라도 아내 학대를 범죄로 여기지 않아 폭력으로 범주화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②‘남편의 폭력을 참고 지내면 부부간의 관계가 점점 나아질 것이다’라는 통념이다.
아내를 학대한 후에 남편들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용서를 빌고 아내에게 보상하기 위한 친절한 행동을 보이기도 하여 아내로 하여금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를 갖게 하는 경우가 많다. 학대하는 남편이 전문적인 치료적 도움을 받는다 할지라도 남편의 변화는 서서히 일어나며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극히 어려운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③‘알코올 때문에 아내를 학대 한다’라는 통념이다. 실제로 많은 아내 학대의 피해자 여성들이 남편의 학대가 남편의 음주 때문이라고 진술한다.
알코올은 단지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들에게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정당화와 변명을 할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하는 것이며, 매 맞는 아내들에게 술만 아니면 남편의 폭력은 중단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④‘매 맞는 아내들은 무엇인가 맞을 짓을 했으니 맞는다’라는 통념이다.
이것은 구타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것이며, 부권중심의 가정과 문화에서 자란 남편의 권위 의식을 나타내는 것이다. 폭력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자에게 있는 것이다.
⑤ ‘남편으로부터 매 맞으면서도 계속 함께 사는 여성들은 매 맞는 그 자체에 쾌감을 느끼는 피학증이 있기 때문이다’라는 통념이다.
반복적인 학대와 구타에도 불구하고 아내로 하여금 학대하는 남편을 떠나지 않게 하는 심리는 아내뿐만 아니라 친정 식구들을 죽이겠다는 위협, 아내가 자신을 위협하는 남편에게 생활을 의존해야만 하는 탈출 불가능한 상태, 남편이 아내를 친구나 친척들로부터 고립시킴과 동시에 때때로 약간의 친절을 보여주는 것 등에서 나오는 것이다. 또 아내에 대한 남편의 신체적 폭력 후에 강간이라고 볼 수 있는 강제적 성 관계를 가짐으로써 아내를 비하시키고 수치감과 굴욕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남편과 매 맞는 아내 사이를 정신적인 속박의 상태로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⑥‘아내 학대는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에 있는 가정에서 일어 난다’라는 통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내 학대는 계층이나 지위와 관련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내 학대의 피해자를 위한 쉼터의 통계 자료에서는 실제로 계층간의 차이가 없음이 나타났다.
⑦‘아내를 학대하는 사람은 충동 조절을 못하고 정신 이상이 있다’라는 통념이다.
남편들이 이 통념을 믿으려는 것은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⑧‘매 맞는 아내들은 언제든지 이혼할 수 있다’라는 통념이다.
이러한 통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매 맞는 아내가 왜 자신을 학대하는 남편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사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가정에서의 부부싸움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남편들로 하여금 그들이 행하는 한 두 번의 폭력은 있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기게 한다. 또 이혼하면 자녀들이 결손 가정에서 성장하게 된다는 염려로 매 맞는 아내들은 변화를 향한 노력을 포기하게 되어 폭력의 상태를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그리고 남편과 같이 있을 때는 구타의 위험이 있지만 남편을 떠나면 오히려 살해될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여성은 독립적인 인격을 갖춘 개인으로서 보다 아내로서, 어머니로서의 위치가 더 강조되었고 그 역할의 수행이 그녀의 유일한 존재의 근거가 되기 때문에 폭력을 피하기 위하여 가족 공동체를 떠나는 행동은 생활 전체를 버리는 것과 같은 총체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