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틀을 짜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활용하든지 하는 보다 중요한 국가 경영 전략과 관련된 명시적 목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 국토가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서 개척해야 할만큼 넓은 것도 아니어서 행정수도 이전은 국토 골격을 새롭게 갖추기 위한 포석으로서의 가능성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이다.
인구와 산업이 서울에 지나치게 편향되어 집중되어 있고, 경제활동의 중추가 되는 경부축과 축의 양대 핵을 이루는 서울과 부산의 과밀은 심화되고 있으나 이를 단기간에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은 마련되어 있지 못하다. 행정수도의 이전은 하나의 돌파구를 제공해 줄 것이다.
변화하고 있는 국제경제질서 속에서 도시의 경쟁력이 나라의 발전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 물자, 자본, 정보의 국제적 흐름을 장악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도시 경쟁력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적인 활동범위를 갖는 금융, 무역, 교통, 통신 등의 기능이 상호 긴밀히 연계될 수 있도록 국토 공간상에 배치해 줄 필요가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기능이 빠르고 손쉬운 교통 및 통신에 의해 서울과 연결된 하나의 축을 따라 분산 배치되도록 유도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서울 단핵 구조의 불경제를 극복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의 성장잠재력을 외연으로 확장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축을 남쪽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행정수도의 이전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을 적어도 개방된 상태의 북한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평양-서울-대전 축은 한반도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심축이 될 수 있다.
이는 기능적으로 서로 보완적인 두 개 이상의 도시들이 빠르고 손쉬운 교통 및 통신의 연결에 힘입어 범위의 경제를 형성할 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는 네트워크 도시체계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대도시권 내 개별 도시의 성장이 기능의 특화, 혹은 전문화에 의해 가능하게 함으로써 단일중심지 구조의 불경제를 극복하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특화된 기능의 개별 도시들이 역동성과 효율성,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도시간의 물리적 연결체계가 갖추어져야 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정보교환기능의 강화, 기술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협력관계의 긴밀화, 노동시장의 공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조정 기능의 강화 등 도시들 간에 수평적인 비계층적, 상호의존적 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일은 분권화를 통해서만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