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고 자연 세계가 지금 이러한 외형적 모습을 가지고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한 물리적 해명을 제공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자연 세계가 네 가지 물리적 힘의 복합체로서 일정 정도 유사한 외형적 모습을 유지한 채로 미시적으로는 순간적으로 수많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는 양자 역학의 새로운 논리는 고정불변하는 입자로 세계를 설명하려 하였고 그러한 관념적 전제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세계관 속에서 인간과 자연에 대해 탐구했던 고전적 세계와는 완연히 다른 세계관과 논리를 제시하는 것이다.
서론에서 언술한 바 있지만, 양자 역학이 제시하는 유기론적 세계(힘들의 복합 관계에 의해 순간순간적 상태로 자연이 존재한다는 것)는 서양의 고전 철학, 과학과도 배치되지만 그를 극복하고자 찾아내는 동양의 여러 사상과도 닮아있다. 그러나 원론적 의미에서 서양 근대 학문이 과학과 철학과 신학의 분리 현상을 보이면서 시작되었고 아직도 세계가 존재하고 움직이는 법칙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철학적이거나 신학적 접근의 형이상학적 측면이 완전히 결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양자 역학의 설명은 수학 언어와 논리에 의하고 있다.) 그 둘의 분리를 서양의 개념으로 명확히 번역해내지 못한 상태에 있는 동양 사상을 원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그것은 앞에서 말한 바 있듯이, 양자 역학이나 동양 사상이나 모두 나름의 독특한 체계 안에서 움직이고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의 결합에 대해서는 또 다른 새로운 논리나 패러다임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 없고 해명된 바 없는 인간과 자연의 정신적, 혹은 비물리적(아직 물리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힘, 혹은 능력에 대한 접근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현재 과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현상들에 대해 현상이 있다는 사실 정도는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를 설명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과학과 철학과 또한 종교의 역사라면 이제 또 다시 새로운 이해와 설명의 노력이 지금까지 분리되어 왔던 철학과 과학의 통합을 담보하는 새로운 틀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역시 기존 논리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인식, 또한 그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또 한편으로 냉철하고 기존 세계관, 혹 물리적 법칙들에 대한 탐구를 고수하려는 보수적 태도가 아닌 열려있는 태도를 경유하여 가능할 것이라는 것은 단지 원론적인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