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 힘과 폭력을 향해 여성의 이름으로 저항했음을 의미한다. 실로 오노 요코의 이 퍼포먼스는 기존 사회의 터부에 정면 대항함으로써 보수적 사회문화를 도발한 동시에, 반전운동가와 페미니스트를 비롯한 지지자들을 자극했다. 예술가의 예술행위가 본래 의도했던 방향으로 이만큼의 영향과 변화를 만들어낸 사례는 아마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퍼포먼스를 통해 오노 요코는 자신의 예술세계에 있어 현실에 대한 저항과 참여가 중요한 모티브인 동시에 목표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3. 결론
오노 요코는 기존의 예술 형식과 내용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예술가였다. 그리고 부조리한 현실에 균열에 내고 자신의 주장을 아로 새길 줄 아는 예술가였다. 이처럼 오노 요코는 20세기 여성 예술가들 중 상당히 돋보이는 인물들 중 하나이다. 서론에서 언급한 오노 요코에 대한 대중들의 맹목적이고 부당한 평가는 지금까지 오노 요코의 예술 세계가 갖는 새로움을 살펴봄으로써 충분히 해소되었으리라 본다.
기존 사회에 불만을 느끼고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예술가가 새로운 예술을 고안해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노 요코는 이 일에 매우 충실했던 예술가이다. 기존 예술 개념을 파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노 요코는 새로운 예술 활동의 패러다임을 만들어낸 플럭서스 운동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활약하였기 때문이다.
조형미술, 퍼포먼스, 영화, 음악등의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넘나드는 실험을 통해 오노 요코는 기존의 예술적 장르 구분을 무색하게 하였다. 예술가와 그 작품이 갖는 권위적인 아우라를 벗겨내고 예술이 얼마나 일상적이고 재밌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녀의 활동은 예술을 한계를 끝없이 확장시키고자 한 어느 예술가의 실험과정이었다. ‘들리지 않는 음악, 보이지 않는 미술’이라는 표현처럼 기존 예술의 창작 틀에서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하는 동시에, 작품에 있어 예술가가 갖는 우월적, 독점적 권력을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해체시키고자 한 오노 요코의 노력은 새로운 예술을 향한 열망이 그저 형식 실험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 파장까지 불러일으켰음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이 사회 속에서 갖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최대한 살려 예술과 현실사이의 고답적 관계를 청산하고 최대한 현실과 유기적이고자 한 그녀의 예술세계는 당대의 남성예술가들이 간과한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2003년 여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진행 중이던 그 때, 서울 로댕미술관에서 열린 오노 요코 전시회에 그녀의 포스터 ‘WAR IS OVER! if you want it' ibid. p.235
이 전시된 바 있다. 이 작품을 통해 그녀의 예술 작품이 아직도 현실과 긴장관계 속에 있으며, 그녀의 예술적 사고가 끊임없이 관객’You'과 그들이 속한 현실을 자극하고 변화하길 요구하는 ’소통‘에 대한 열망에 뿌리 두고 있음을 21세기 한국의 관객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오노 요코의 예술적 시도들이 독창적이고, 유의미했다는 것을 이제 세상도 편견에서 벗어나 분명히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