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중국의 전략은 이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FTA 체결에 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이 상호경쟁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섣불리 어느 일방에 치우친 결정을 내려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일본은 중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응하여 한국과의 FTA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그 일정을 더 앞당길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자체 내의 무역자유화를 추진하던 ASEAN도 중국의 의사표명에 고무되었는지 그 이후 한국과의FTA를 제의하는 등 지역통합에 있어 어느 정도의 역할과 권한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조용히 진행되던 동아시아의 지역통합 논의에 중국이 뛰어들면서 상황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일본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향후 동아시아지역의 경제통합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마. 상호교류 및 이해부족
한국, 일본, 중국을 가리켜 유교문화권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동양적 가치관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러한 유교적 전통에 대해 3국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 정확하게 어떤 부분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한중일 3국 사이에는 역사적으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져 왔다. 그렇기 때문에 3국간에 공통된 문화적 유산이 많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교류가 사회 전반에 걸쳐 이루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과거의 폐쇄적인 사회상을 감안할 때 당시의사회적 교류는 오히려 일부 계층에만 국한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며,일반계층간의 교류는 거의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서구사회의 경우에도 일반계층의 교류가 오늘날과 같이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적 국가체제가 확립되고 교통 통신 수단이 급속도로발달하게 된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일반계층간의 상호교류가 증대되면서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폭이 깊어지면서 공통의 관심사가 생기기도 하고 공감대가 형성되기도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지역의 국가들 간의 사회경제적 통합은 비교적 순조로울 수 있다. 예를 들어 EU가 경제적 통합을 넘어 정치와 행정 분야에까지 통합의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일반 계층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공통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가진 유럽인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의 경우는 이러한 서구에 비해 출발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상호교류를 하기에 여러 가지로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우선동아시아 각국은 서로 상이한 언어를 사용하여 상호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물론 서구의 국가들도 각기 자국어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같은 알파벳을 쓰는 라틴계통의 언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과 비교할 때 동아시아는 그만큼 어려움이 따른다.20) 언어문제 이외에 유럽 등 서구의 국가들과 비교하여 동아시아지역 국가들의 경제력이 취약한 점도 지적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열강 또는 일본에 의한 무력지배에서 새롭게 독립한 국가가 상당수인동아시아에서 일반계층간의 해외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또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반세기 가까이 지속된 냉전체제는 서로 다른 체제에 속한 동아시아지역 국가들간의 외교관계 수립도 상당기간 지연시켰으며 이 때문에 일반계층의 교류는 더더욱 힘들었다. 특히 앞
서서 언급한 북한의 존재를 생각할 때 한중일 일반계층의 교류가 오늘날과 같은 수준으로 이루어질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10년여에 지나지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즉 한중일 3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의 국가들 사이의 일반 교류의 역사는 극히 짧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한중일 3국의 일반 국민들은 상대방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상호이해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불행한 역사에 대한인식으로 인해 상대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해소할 기회가 주어진 적이 별로 없다. 이와 같은 상호이해의 부족과 의사소통수단의 부재는 한중일 3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의 경제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장애요인이 아닐 수 없다.
5. 평가
□ FTA에 미온적이던 중국이 90년대 말부터 아세안, 한국, 일본 등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FTA체결을 추진하고 있음.
o 아세안 금융위기 이후 지역협력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이래, EU, NAFTA 등 지역협력체의 역내국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 WTO 가입으로 무역자유화에 대한 자신감 확보, 역내 주도권확보를 위한 정치적인 목적 등의 복합적인 요인이 중국의 FTA 추진을 자극하고 있음
o 특히 한일간 FTA가 급진전됨에 따라 이를 견제하고, 역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중일 FTA추진을 적극적으로 제안함
□ 지역내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FTA 활용
o 특히 중-아세안 FTA 추진은 중국의 단기적인 경제 실익보다는 동아시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인 목적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됨
- 중국과 아세안은 같은 개도국인데다 노동집약적인 산업과 농산물의 수출경쟁력이 높은 공통점을 갖고 있어 FTA를 통한 단기적인 경제실익보다는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더욱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
- 특히 개별국가가 아닌 아세안 전체 10개국을 대상으로 FTA를 추진함으로써 정치외교적 파급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됨
□ 동아시아 FTA 추진 자극
o 지난해 중국과 아세안이 FTA 체결을 위한 기본협정에 서명하면서 동아시아내 FTA 추진이 더욱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
- 동아시아의 주도권 확보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을 견제하고 있는 미국, 인도 등이 동아시아 국가와의 FTA체결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아시아내 FTA체결을 위한 합종연횡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
o 중국과 주변 경쟁국간의 FTA체결 경쟁이 결과적으로 동아시아의 무역자유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