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산흥업 정책을 취하여 제국주의 침략과 혁명세력의 대두에 대비하였으나, 그 지배체제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그 사이에 지방 향신층이 앞장선 기업의 설립(방적 성냥제조 등)과 이권회수 운동은 신해혁명을 지향하여, 부르주아적 성격을 떠받치고 있었다.
4) 문화
청왕조의 학문을 대표하는 것은 고증학으로, 고증학의 지나친 발달은 이민족 지배를 유지하기 위하여 청왕조가 취한 사상통제의 산물이었다. 처음에 강희제는 반만사상을 억압하고, 민심 수습을 위하여 명왕조에 이어 주자학을 정통적인 관학으로 삼았고, 스스로도 여러 학문을 익히고 한문화에 친숙해졌다. 그러나 명왕조 말 이래의 학자 고염무황종희 등은 반만적인 민족의식이나 정치관을 가득 담은 《일지록》, 《명이대방록》 등을 저술하였다.
청왕조는 얼마 안 있어 그 지배가 확립됨과 동시에 이들에 대하여 엄격한 태도로 임하였다. 그로 인하여 반만사상은 지하로 숨어들었고, 고염무에게서 시작되는 고전의 실증적비판적 연구는 고전이 지녔던 격렬한 경세의 염을 잃고 학술의 주류가 되었다. 대진단옥재전대흔 등의 학자가 배출되었고, 《사고전서》, 《고금도서집성》 등이 나타나서 송학을 부흥시켰다.
고증학은 중국 학술사상의 한 정점이었다. 또한 근대과학정신에 대한 싹도 보호육성되었으나, 곧 그 비실천성에 대한 비판은 도광제 이후 청왕조의 쇠퇴와 중국 전체의 위기 가운데서 공양학의 발흥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자진위원캉유웨이량치차오로 이어지면서 변법자강의 실제운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이르렀다.
한편 고문학파에서도 실천성을 강조하는 증국번장즈둥 등이 나타나서 송학을 다시 부흥시켰다. 그들을 중심으로 하여 수행된 양무운동 사상은 ‘중체서용론’으로 특징지어지는데, 장즈둥의 《권학편》은 그 대표적인 저작이다. 이들은 모두 청왕조 체제를 옹호하는 것이었으나 이에 반하여 옌푸 등은 유럽 근대사상을 본격적으로 소개하였다. 이에 입각한 새로운 사회기반에 지탱된 쑨원은 기성의 틀을 벗어난 독특한 시야에서 독자적인 혁명사상을 고취했는데, 그 사상이 민족민권민생으로 집약되는 삼민주의였다. 그 내용은 다소 유동적인 것이지만, 청왕조 말기 제계급의 동향과 위기의식을 가장 심각하고 포괄적으로 반영한 사상이 되었다.
청대의 문학은 원명에 이어 희곡소설의 발달이 뚜렷한데, 희곡에서는 《장생전》, 《도화선》이 2대 명작으로 손꼽히고, 소설에서는 《요재지이》, 《부생육기》 외에 《유림외사》, 《홍루몽》의 2대 장편이 당시의 사대부나 관료귀족의 생태를 폭로하여 쌍벽을 이루었다. 또한 청 말에는 린수 등을 통하여 유럽의 근대소설이 소개되어 계몽사조의 일환을 짊어짐과 동시에, 《관장현형기》, 《노잔유기》, 《20년목도지괴현상》 등 관계의 부패를 폭로한 정치소설이 나타나 소설의 역할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
III. 정복왕조 등장의 역사적 배경과 경과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북방의 삼림초원지대에 사는 수렵유목민 사회와 남방의 평원계곡지대에 사는 농경도성민 사회와의 사이에 커다란 정치적문화적 대립이 있었다. 이 두 집단간의 항쟁침략정복지배 등 다양한 역사적 과정이 전개되었다.
그 최초의 예가 흉노족이 세운 유목제국과 진(秦)한(漢)과의 대립항쟁인데, 흉노가 패하여 그 제국은 멸망하였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력이 약해지는 삼국시대 말기부터 흉노를 비롯한 5호의 많은 유목민족이 다시 중국 침입을 시작하여, 화북 땅에 여러 정권을 수립하였다. 이들은 선비족에서 나온 북위 왕조에 흡수통일되어 유목민의 화북정권으로서의 북조가 성립되었으며, 강남에 근거를 둔 한족 정권인 남조와 대립하였다. 얼마 후 이 남북 왕조는 수(隋)로 통일되고, 중국의 문화사회를 중핵으로 한 고대 동아시아 제국으로서의 당(唐)이 성립되었다.
이와 같은 유목민 국가와 중국과의 관계를 비트포겔은 전자가 고도의 정치문화를 지닌 후자의 사회에 침투하며 흡수되어간 것으로 간주하여 수당 이전의 유목정권을 ‘침투왕조’라고 불렀다. 그런데 당 제국이 멸망한 뒤 북방에 나타난 몽골계 거란족은 연운16주라는 중국 영토의 일부를 탈취하고, 새로 등장한 송(宋)을 압박하였다. 거란족과 교체하여 등장한 퉁구스계의 여진족 국가인 금(金)은 더욱 깊숙이 중국 땅으로 들어가서, 황허강 이남까지 빼앗고 강남으로 피해간 남송 정권과 대립항쟁하였다. 이어 나타난 몽골족은 금과 남송을 병탄하여 중국 전토를 지배하였으며, 유라시아의 원과 4한국을 포함한 유목민 대제국을 수립하였다. 원이 멸망한 뒤에는 명(明)이 일어나서 북방으로 쫓겨간 유목정권을 억압하였으나, 16세기 중엽 금의 후신인 후금국이 일어나서 중국 전토를 정복하고, 청(淸) 정권을 이룩하였다. 이들 북방의 여러 왕조는 수당 이전의 왕조들과는 확실히 달라서 중국 사회가 지닌 정치력이나 문화의 매력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정복지배하였으므로 비트포겔은 이들을 ‘정복왕조’라고 하였다.
IV. 정복왕조의 특징
중국 문화에 침투되어 중국 사회에 동화흡수된 북위정권을 전형으로 하는 전대의 침투왕조와는 달리, 수당 이후에 나타난 정복왕조는 모두 치열한 민족의식을 가졌고, 한결같이 민족문화지상주의를 강조했다.
그 구체적 발현으로서 자기 나라 문자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거란여진몽골파스파만주문자는 예전의 돌궐문자위구르문자한자 등에서 모양을 바꾸어 만든 것이긴 하지만, 자기 나라 문자의 발명이 민족 문화의 보존과 향상에 도움이 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고도의 문화와 풍부한 생산력을 지닌 피정복민을 거느린 정복제왕조가 자국의 빈약한 문화를 가지고 피정복민들을 강제적으로 동화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피정복민족 고유의 풍습을 존중하고 서로 다른 풍습간에 생기는 논쟁을 국가가 조정하는 식의 공정한 태도를 취하였다.
통치조직도 황제권력의 절대화를 제외하면 복합국가의 통례로서 이원제 또는 다원제라고 할만큼 유연하고 다양한 방책을 취하였다. 요가 채용한 북면제와 남면제, 금의 맹안모극제, 원청이 취한 권력분산형 행정조직 등은 복합국가로서의 특색을 유지한 것이다.
<참고문헌>
이근명 편저, 『中國歷史』, 신군사, 2002.
조영록, 동양의 역사와 문화 국학자료원 2002.
두산세계대백과사전 EnCyb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