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이 오직 생각뿐일 때 정신은 그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것 같다. 마치 남의 요구에 의해 농담을 하거나 다른 사람의 말투를 흉내 내야 할 때처럼 굳어버린다.
그러나 정신의 일부가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는 생각도 쉬워진다. 예를 들어 음악을 듣고 있을 때나, 줄지어 늘어선 나무들을 눈으로 쫓을 때, 우리 정신에는 신경증적이고, 비판적이며, 실용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의식에 뭔가 어려운 것이 떠오를 때면 모른 척하고, 또 기억이나 갈망, 내성적이고 독창적인 관념들을 두려워하고 행정적이고 비인결적인 것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음악이나 풍경은 이런 부분이 잠시 한눈을 팔도록 유도한다. 바로 이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물론 여행은 각자의 취향이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하면 족할 것이다. 여행의 기술이나 방법은 특정되어 있지 않으며 그 목적 또한 자신들에게 맞는 방법으로 하면 족한 것이다. 이 책이 어떤 여행의 기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여행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고의 전환으로서 참조한다면 여행을 좋아하거나 여행을 시작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