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 느끼고 있는 시적 화자는 다름 아닌 작가 자신이다.
서른여섯의 작가는 아직 중년의 중후함 보다는 어린 시절 겪었던 고난의 생채기가 덜 아문 듯 한 느낌이다. 인생의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작가는 중년의 고개를 넘어 버렸다. 그리고 몸이 노쇠해 감을 느끼고 그에 따라 날카로웠던 젊은 시절의 생기는 점점 더 무뎌져 간다. 하지만 이러한 세월의 무게조차 시의 마지막 구절에서 다소 직설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희화화시킴으로써 시에서 만큼은 그 무게를 조금은 덜어 버리는 작가의 여유에서 그도 어느덧 중년이 되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이것이 유용주 방식대로의 중년의 표현일 것이다. 그 유용주의 방식은 무식하고 직설적이지만 30, 40대의 독자들은 그렇기에 유용주 시인에게 열광한다.
8. 마무리
이번에 유용주 시인에 대해 조사하면서 무엇보다도 인간 유용주에게 매료되었다.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에서 자신 스스로를 추스르며 일어선 그의 모습과 그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의 솔직함에 빠졌다.
그의 작품에는 가식이 없다. 그의 작품에는 어려운 비유나 상징도 없고 과장된 꾸밈이나 억지도 없다. 오직 자신이 살아온 삶의 한 부분을 보탬 없이 그려낸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두고 문학인으로서의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같은 작품을 두고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 따라 그 평가는 달라지게 된다. 고생을 모르고 자랐거나 문학에서 만큼은 현실의 고난을 미사여구로 위로받고 싶은 이들에게는 유용주의 작품을 권하고 싶지 않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은 보통 사람들이 살아온 삶보다 훨씬 더 어렵고 절실했다. 혹은 우리 세대에서는 알지 못하는 우리 아버지 세대가 겪었던 고통의 한가운데에 살았던 지극히 평범해서 지독히 고생한 우리의 이웃일는지 모른다. 삶의 바닥에서 시작해서 온갖 고생을 하면서도 그는 버텨왔고 그런 가운데서도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시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활이 고스란히 시가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문학은 삶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이 중에 한명이 바로 유용주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그가 살아오며 겪었던 고난, 슬픔, 애환들을 한데 녹여서 잉크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유용주 시인, 그의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가 살아온 인생이 절절히 배어 있다. 마치 싸구려 갱지에 잉크가 닿자마자 바로 배어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의 시는 노동이고 삶이고 현실이다. 그래서 아름답게 꾸며지기 보다는 있는 원래의 모습을 나타낸다. 바로 그 점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러한 그의 시는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준 한 잔과 낙지볶음을 권하는 손길과도 같다. 시가 어렵다거나 교양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힘들고 지쳐가는 모든 사람들의 삶을 담아내는 것임을 바로 그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듬어지지 않은 언어의 당당함과 솔직함, 이것이 그의 시가 가진 최대의 장점이다. 투박하고 거친, 그러나 우리 생활에서 너무나도 많이 들어온 말들도 그의 시에서는 아름답게 빛난다. 우리네 세상사를 꾸밈없이 진솔하게 이야기해주는 그는 동네 슈퍼 앞 평상에 앉아 파리채 휘두르는 아저씨와 같이 친근하게만 느껴진다. 밑바닥에서 한 가닥 희망이라도 잡고자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대부와 같은 듬직함 역시도 ‘릴라’ 유용주 시인의 매력인 것 같다.
인간 유용주, 그에게서 우리는 삶이 무엇인지,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문학에 대한 열정이 무엇인지를 배웠다. 삶의 밑바닥에서부터 행복을 찾아 한 발 한 발 내딛어 가는 한 사람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동을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