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오늘날에도 지어져 몇몇 무술 단체에서는 무사도 정신의 복원을 주장하고, 무사도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무라이 정신을 자신들의 정신적 바탕으로 삼고 있기도 합니다.
7. 우리나라에도 무사도의 정신이 존재하는가
물론 조선, 고려시대에도 유교적인 덕목인 충이 사회 규범으로 강조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일본 사무라이의 충이 주군의 허물을 덮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절대적인 가치인데 반해 조선의 충은 하늘의 뜻을 따르는 군왕에게는 복종하되 군왕이 부도덕 할 경우 폐위를 도모하는 상대적인 가치였습니다. 또한 사무라이가 자신의 죽음을 긍정하고 타인의 생명조차 가벼이 여기는 죽임의 미학을 찬양하였는데 반하여, 조선인은 부모가 주신 터럭 하나까지도 소중히 아끼는 자기애를 효를 기본으로 하여 자기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도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일본에서라면 일개 사무라이조차도 임의로 처형할 수 있는 죄인을 조선은 국왕과 조정 중신들의 머리를 싸매고 의론을 거듭한 후에야 처벌을 하였고, 어린 아이에게는 형문을 가할 수 없어서 애를 먹기도 하였습니다.
이렇듯 고려와 조선의 정신은 일본 사무라이 정신과 전혀 상반되는 성질을 지녔을 뿐만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주장하는 한민족의 무사도 정신이라는 것은 결국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에 불과한 것입니다. 우리 민족에게는 결코 일본의 사무라이들처럼 생명을 경시하고, 무조건적인 충성을 주군에게 바치는 전통은 없으니까 말입니다. 우리 민족은 한낮 미물의 생명도 존중하고 문화를 사랑하는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선호하였으며, 이러한 전통은 앞으로도 우리가 추구하여할 가치와 부합하는 것입니다.
결론
지난 천 년간 우리 한민족은 지나친 학문에 빠져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고 일제에 국권을 강탈당하기도 하였습니다. 꼭 이러한 이유로 무사도 정신을 추종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생명을 경시하고, 힘에 대한 숭배를 바탕으로 하는 일본의 사무라이 정신이 우리 것인 양 포장하여 숭배하는 것은 누구나가 보더라도 잘못된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더군다나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누구라도 일본 사무라이 문화를 동경하고 이를 흉내 내며 무사도라는 이름으로 그것이 우리 고유의 정신적 가치라고 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관가한다면, 과거 조선 국왕조차도 사대부들의 도덕규범에서 한 발짝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나 왕과 신하 모두가 평생을 학문에 매진하는 선비의 나라였던 우리나라. 우리 민족에게 있어 무력이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법과 도덕에 의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도구적인 수단이었을 뿐인 우리나라. 이러한 우리 민족의 과거 천여 년의 역사를 스스로 부정하고 일본의 문화로 우리 민족의 영혼을 오염시키는 일입니다. 또한 사무라이 정신의 최대 피해자였던 우리 선조들을 스스로 욕되게 하는 행동입니다.
오늘날에도 일본도와 검도는 한국인에게 일본 사무라이 정신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관심을 유도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검을 사랑하는 사람들 중에는 특히나 사무라이 문화에 대한 환상에 젖어있곤 하는데요, 칼과 검술에 대한 순수한 관심이 일본 사무라이 정신으로 전이 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사도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해놓는다고 해서 그 만행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무서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우리나라는 사무라이 정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검술 문화의 형성에 있어서 올바르게 나아갈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본에게 받았던 수모와 피해를 고스란히 우리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으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