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부용지와 부용정의 아름다움을 잊기도 전에 또 다른 연못을 볼 수 있었고 저 멀리 있는 정자를 향해 카메라의 버튼도 눌렀다. 너무도 아름답고 멋진 곳이었다. 이 곳을 지나 우리가 당도한 곳은 연경당이라는 곳이었다. 궁궐 안에 왜 민가가 있나 궁금하게 생각했었는데, 가이드가 말하기를 왕세자인 효명세자가 사대부의 집을 모방해서 민가형식의 120여칸의 집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궁궐들은 화려한 색채로 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면 연경당은 소박하고 단순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또한 연경당에는 두 개의 문이 있었는데 하나는 지붕도 크고 통로도 넓었지만 다른 하나는 통로도 비좁고 지붕도 없었다. 그 이유인즉슨, 과거에는 남녀 차별이 심해 커다란 문으로는 남성들만 출입이 가능했고 작은 문은 여자들만의 통로로 이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이드는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으니 모두들 커다란 문으로 들어가자고 말했고 그 순간 모든 사람들은 재미있게 웃기 시작했다. 관람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 이후의 관람은 장소를 소개하기 보다는 <창덕궁의 관람을 마친 후>에서 전체적인 느낌과 마음을 포함해서 정리하도록 하겠다.
4. 창덕궁의 관람을 마친 후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행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가까운 곳에 멋진 곳이 있었음에도 지금에서야 온 것을 한탄하지만 반대로 지금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창덕궁 내의 어느 한 곳이라도 소중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앞으로도 우리들이 영원히 지켜나가야 할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유산임을 모두가 자각해야 할 것이다. 내 마음과 느낌들을 글로써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있어서 조금은 아쉽고 서운함도 느끼게 된다. 내 가슴속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잔재되어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비원이라는 곳이다. 왕의 정원을 내가 직접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 얼마나 새롭고 영광스러운 체험이었단 말인가? 모든 이들에게 꼭 가기를 강력하게 권하는 곳이다. 자연을 닮으려 했고 그들과 함께 공존하기를 원했던 우리 조상들처럼 우리도 눈앞의 개발과 발전에만 치중하지 말고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 수 있고, 자연을 사랑할 수 있는 세계로의 지향을 목표로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창덕궁을 관람했던 모습들이 눈앞에 아른거림을 느낀다. 과제를 위한 것이었지만 그 과제 덕분에 아름다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됨에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비원의 아름다움을 기억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