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 조선일보에는 경비대와 경찰에 체포된 자가 약6천 명에 이른다고 할 만큼 마구잡이 체포를 하는 등 잔학행위가 저질러졌다. 그러나 6월 18일 박진경이 살해당한 시기를 고비로 하여 작전은 소강상태로 들어갔다. 미국은 한국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인 초토화 작전을 펴는 것이 좋겠다고 판다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초토화 작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데에는 여순 사건이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고, 미군이 철수하기 전에 끝내겠다는 점도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제주도에서 양민 대량학살을 자행한 것은 여순 사건으로 합리호가 될 수 없는 성격의 전쟁범죄이고, 여순 사건 때문에 초토화 작전을 혈 이유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제주도에서의 양민 대량학살은 위기감 때문이라기보다, 이승만의 통치 권력과 극우반공체제의 강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3 ) 양민학살
4 3의 비극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다는데 있다. 세계사에서도 전쟁상태가 아닌, 제한된 지역공간에서 제주도와 같은 유혈사태가 빚어졌던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사망자 숫자에 대해 최대 8만 명으로 추산하는 책들도 여럿 있지만, 대체로 43으로 빚어진 인명피해를 최소한 3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면 여기서 토벌대상이 됐던 재산무장대의 숫자가 얼마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의 군경자료에 인용된 당시 무장대의 동원규모를 보면 대체로 주력부대 500명 미만, 동조가담자 1,000명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43의 진행과정에서 3만 명 이상의 제주도민이 희생됐다. 이것은 무엇을 말함인가? 수없이 많은 제주도민들이 애꿎게도 ‘빨갱이’, 혹은 ‘폭도’로 매도당한 채 학살됐음을 뜻하고 있다. 이 유혈의 비극이 어디서 비롯되었는가를 면밀히 분석하면 할수록 무장 게릴라 측에도 책임이 있었지만 군경토벌대와 그 지휘체계에 더 큰 문제가 있었음이 확연히 드러난다. 진압군이 초토화 작전을 감행하기 이전인 1948년 9월말까지 6개월 동안 43발발로 빚어진 인명피해는 1,000명 미만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10월 이후 진압군에 의해 초토화 작전이 전개되면서 제주도는 그야말로 ‘피로 물든 섬’이 되고 말았다. 특히 이 미군 기밀문서에는‘사망자들은 적어도 80% 이상이 토벌대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기록, 군경토벌대에 의한 인명희생이 엄청난 비중을 차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4 > 끝나지 않은 4 3 항쟁
4 3 때 벌어진 대량 학살극은 다른 모든 논의들을 압도할 만큼 처참했다. 그리고 이는 제주 공동체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4 3의 상흔들은 낙인처럼 가슴 속 깊이 새겨졌고, 풀지 못한 한은 대물림되었다. 정부는 진상규명과 사과는커녕 일관되게 공산폭동론을 주장하며 4 3을 입에 담지도 못하게 했다. 이로 인해 도민들은 레드 콤플렉스에 시달렸고, 해방의 환희가 좌절되며 벌어졌던 4 3학살극은 도민들에게 심한 허무주의를 심어줬다,
대다수 국민들은 4 3을 알지 못했고, 설령 알았다 해도 전체 한국사와는 무관한 제주도의 사건쯤으로 외면해 왔다. 그러는 사이에 도민들이 겪었던 치욕과 분노, 좌절과 체념은 공동체 의식을 크게 변화왜곡시켰다. 그러나 제주도민들은 온갖 고난과 박해 속에서도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50여 년 간을 외롭게 몸부림쳐 왔다. 도민들은 또한 끈질긴 생명력과 민주의식의 고양으로 4 3 피해의식을 서서히 극복해 가고 있다.
4 3은 감추면 감출수록,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그 상처를 더해 가며 더욱 무겁게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따라서 한국 현대사의 올바른 복원과 제주도민의 진정한 해원을 위해서도 4 3문제 해결은 필수불가결한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