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들은 현실 속에 전개되고 있는 개별 분과학문들의 다양한 양상을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며, 그것을 비판적이고 반성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만약에 철학과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와 같은 관점에서 철학을 공부한다면, 장래성도 좀 더 밝지 않을까 생각된다. 가령 예술철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영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하여 그것을 철학적으로 이론화시키면 자신의 장래의 진로에 평론가의 길을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며, 환경철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환경공학, 생명공학 관련 공부를 통하여 그것을 철학적으로 이론화시키면 장래의 진로에 환경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실 인접 관련 학문들과 연관지어 공부를 하면 좀 더 현실성 있는 대안들이 모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공 관련 언어들을 철저하게 훈련받고 연마하는 학생 자신의 프로 정신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부담이 되지 않는 강의만을 요구하고 적절하게 학점만 받으려고 하는 정신을 가지고 있는 이상 위와 같은 작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지루한 원전 해독 능력을 요구하는 강의에서부터 좀 더 많은 공부를 하여야만 따라갈 수 있는 무거운 강의에 이르기까지 그것을 반드시 듣고 극복해내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우리의 사회가 과거와는 달리 다양화되어 있고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어떤 분야를 공부하더라도 그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갖춘 자가 되면 반드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길이 열려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철학과를 다니는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가지라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세상을 살면서 어르신들로부터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씀을 듣게 된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어도, 아무리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으로부터 사람들이 떠나가면 그가 가진 모든 것도 사라지게 마련이다. 역으로 그가 아무리 가진 것이 적다 하더라도 자신의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면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있는 법이다. 따라서 세상을 살면서 중요한 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다. 사람을 알지 못하면 그 어떤 삶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을 아는 학문 중에서 최고의 학문이 철학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므로 철학을 공부하는 철학도들이 사람이 떠나버린 이 현실에 너무 쫓기는 나머지 자신도 잃어버리는 상태가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