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의 문제점과 과제를 획일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의 사회복지실천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대체로 다음 몇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과제를 간략히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대학 사회복지학과(부)에서 사회복지실천을 가르쳐 줄 교수진이 부족하다. 한국에 사회복지학이 도입된 지는 55년가량 되었지만, 사회복지실천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수진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특히 지방 대학에는 사회복지학과(부)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회복지실천을 가르칠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가 별로 없다. 대학에서 사회복지실천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최소한 석사/박사과정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사회복지현장에서 실무경험을 쌓아야 바람직한데, 현재 실무경험을 제외하고라도 사회복지학을 전공하지 않은 학자가 사회복지실천을 가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많은 대학이 학부제를 도입하여, 사회복지학 전공 학생이 일시에 2~3배가량 늘어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따라서 사회복지학 전공의 과목을 크게 기술론, 정책론, 분야론으로 나눌 때, 사회복지실천론 등 기술론 과목만이라도 전문성을 갖춘 사회복지사인 교수가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둘째, 사회복지시설, 기관, 단체에서 사회복지사를 전문적으로 지도감독할 수 있는 선임사회복지사가 부족하다. 동사무소의 경우 사회복지사가 사회복지직으로 임용되었지만, 이들을 지도감독하는 구청의 사회복지행정 담당자는 사회복지사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더욱이 사회복지사가 기획에서 집행과 평가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조차 관장과 부장 등 관리자가 비사회복지사인 경우가 많다. 짧은 기간 동안에 사회복지관이 영구임대아파트단지에 집중적으로 설립된 것을 감안하더라도, 사회복지사를 지도감독해야 하는 관장과 부장이 사회복지사가 아니거나, 전문성을 갖춘 선임사회복지사가 없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사회복지기관은 역량 있는 사회복지사를 발굴하여 직원으로 채용하고, 이들이 장기근속을 통하여 지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구청과 시청의 사회복지행정 담당자도 점차 사회복지사로 임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복지대상자의 복지욕구충족과 사회문제 해결보다는 기관의 운영과 수지 맞추기에 급급 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복지기관의 설립 이유는 사회복지법령에 의해서 혹은 법인의 정관에 명시되어 있고, 대부분의 목적이 복지대상자의 욕구충족과 사회문제해결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시설은 전통적인 생활시설이 주류를 이루고, 시설에 함께 살고 있는 보호대상자의 기초생활보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교류가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적고, 후원금도 많지 않아서, 적은 정부보조금만으로 적절한 사회복지실천을 시도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사회복지실천의 이상적인 목적을 수행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시설을 관리하고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주는데 그치고 있다. 더욱이 정부로부터 충분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사회복지관은 조사를 통해서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상담을 통해서 주민의 욕구와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회사업실천보다는 컴퓨터교육, 미용교육, 미술/악기/체육지도 등 다소 수익이 남는 사회교육사업에 치중하기도 한다. 일차적으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보조금이 충분히 지원되어야겠지만, 사회복지관들도 사회복지실천의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주민을 위한 복지기관으로 거듭나려는 개혁운동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사가 변하지 않고, 세상이 변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넷째,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해서 사회복지의 전문 지식과 기술에 근거한 평가가 많지 않다.최근 평가제가 사회복지관과 일부 생활시설을 중심으로 조금씩 도입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평가는 주로 적법성과 노력성 혹은 효율성 평가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결식할 우려가 있는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사랑의 식당'의 경우, 70명분의 보조금으로 후원금 등을 받아서 100명에게 급식을 제공했다면, 적법성, 노력성 그리고 효율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음식이 노인들의 기호에 맞는지, 노인들이 남김없이 맛있게 먹었는지, 위생적이고 안락한 분위기의 식당에서 제공되었는지, 그리고 사랑의 식당을 이용하는 노인들에게 다른 욕구와 문제가 없는지를 상담했는지 등은 또 다른 차원의 평가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업에 대한 평가는 노력성에 그치고 효과성, 형평성, 적절성 등에 대한 평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보조금을 지원하는 시/군/구청의 감사를 제외하면, 평가다운 평가가 없이 사업이 종결된다. 즉, 복지기관의 이사회에 의한 평가, 지도감독자에 의한 평가, 담당 사회복지사에 의한 자체 평가, 복지대상자에 의한 평가, 외부 전문기관에 의한 평가 등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의 공개채용과 예산의 공표 등을 통해서 기관을 보다 개방적으로 운영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민주적인 직장분위기의 조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섯째, 늘어나는 주민의 복지욕구와 사회문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사회복지기관을 획기적으로 증설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욕구를 폭발적으로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시설과 기관 단체는 미분화되어 있고, 그 숫자가 매우 적다. 예를 들면, 광주에 있는 한 영아시설에 정상아동보다는 장애아동이 더 많이 입소하고 있지만, 장애영아를 전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영아원은 없다. 따라서 심각한 장애가 있는 영아는 다른 일반 아동과 섞여서 영아원의 보호를 받게 되고, 발달단계에 맞는 치료나 재활을 제 때에 받지 못해서 심각한 발달장애가 고착될 수 있다. 기존의 사회복지기관이 주민의 욕구와 문제에 맞게 증설되어야 하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욕구에 맞는 새로운 서비스의 개발이 절실하다. 특히, 독거노인 등을 포함한 노인주거, 노인여가, 노인성생활, 노인인간관계에 관련된 복지사업, 구조적으로 이혼이나 별거를 하지 않았지만 냉담한 부부생활을 하는 부부를 위한 가족치료, 이혼 전 조정과정에 사전가족상담제의 도입, 학교폭력, 등교거부 등으로 표출되는 청소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사회사업의 시도 등이 새롭게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