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이다.) 이와 같은 인프라 구축을 제도권에 수렴시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연결고리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우선 그 주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는 탈북 새터민과 학생으로 상정하도록 하겠다. 새터민들의 동의를 얻는 것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제도권에 수렴시키기 위한 활동을 함께 할 학생을 찾는다는 것은 조금은 어려워 보인다. 일단 이러한 공동체가 생긴다면 정치적 권력은 없지만 사회적 권력은 생길 것이다. 이 공동체의 이름은 ‘새한련(새터민과 하나 되는 연합)’으로 가정하자. 이 공동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꾸준히 이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기존의 NGO단체와의 연계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공론화 할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던 제정구도 단순한 철거 투쟁을 넘어서 주거권 실현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을 시작해야 함을 느끼고 정치를 시작했다. 물론 그가 1999년 암으로 사망한 뒤 4년이란 세월이 지난 후에야 그가 주창했던 수많은 것들 중 하나가 간신히 법안으로 통과되었으나 2003년 6월 30일에 최저 주거기준이 주택법에 도입되었다.
가나가와 네트워크 운동도 처음부터 약 2,30년을 내다보고 시작했음을 떠올리면 그리 답답한 진행만은 아닐 것이다.
덧붙일 것이 있다면 그 동네에서 살 수 있는 기한을 5년으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5년이라는 시간은 문화적으로 적응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다. 또 이곳에서 혜택을 받고 살았던 사람들은 의무적으로 앞서 말한 ‘새한련’에 5년간 소속되어야 한다. 그곳에서 그 동네에 필요한 법안에 관해서 논의하고 필요하다면 그중에 몇몇을 선출하여 의정활동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앞서 말했듯이 정치적 통일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그 동네는 전혀 다른 사람들을 위한 동네로 바뀌거나 일반적인 동네로 바뀌도록 하는 법안도 만들어져야 한다. 예를 들면 그곳을 이주노동자를 위한 동네로 전환한다든지, 주거지는 그대로 사용하되 그곳의 복지시설을 공공시설로 전환하다든지, 아니면 상가분양을 한다든지 등의 논의를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제시한 시민사회 모델은 이미 살펴보았던 유러피언 드림의 ‘인권’의 극히 일부분이다. 이와 다른 부분의 인권존중을 위한 다른 동네를 구상할 수도 있다. 아니면 새로운 ‘동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권존중 법률 통과를 위한 단체’나 ‘이주노동자 자녀를 위한 대안학교’ 혹은 ‘지체부자유자의 권리를 위한 NGO단체’등을 만들 수도 있다.
chapter 5. 결론
지금까지 나는 유러피언 드림과 복음자리 마을을 분석해 보고 이어서 나름대로 시민사회의 모델을 제시해 보았다. 내가 제시한 시민사회 모델은 새터민을 위한 새로운 ‘동네’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회적 배제와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인권존중’의 신념이 있다. 물론 구체적인 현실화 방법에 있어서는 약간 어설픈 점도 있었을 테지만 앞으로 더욱 고민해보고 다듬어 보도록 하겠다. 특히 ‘새한련’을 조직하는 과정과 그 조직을 통하여 새터민의 필요를 제도권에 수렴시키는 과정은 계속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는 점에서 이 작업은 나에게 상당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제도적으로 인권이 존중되는 사회의 모습을 알려준 제러미 리프킨과 나름대로 새로운 동네를 만들어 제시해 준 제정구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표한다. 더불어 그들의 고민과 삶을 모두 반영하지 못하더라도 나의 잘못된 이해로 그들에게 누를 끼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으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