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성정치가 구조화되는 방식이 우리가 동물, 특히 소비되는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과 연관된다”고 주장한다. 즉 가부장제는 인간/동물 관계 속에 내재되어 있는 성별체계임을 주장하면서 여러가지 자료들 (성냥갑, 식당의 메뉴판, 광고, 광고판 사진, 여성 학대와 동물 학대의 연관을 입증하는 자료들)과 대중문화의 다양한 예를 통해 이를 입증하고자 한다. 육식에 부여된 의미가 힘과 남성다움을 상징하는 가부장제 문화에서 채식주의와 페미니즘을 연결하고자 하는 아담스의 연구는 생태여성주의 연구의 새로운 관점을 열어준다고 할 수 있다. 육식에 내재한 반생태적 성정치를 통해 이에 내재하는 동물과 여성의 타자성을 밝혀내는 그녀의 관점은 문학에 나타나는 여성과 동물의 은유와 상징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한다. 이는 동물 학대와 여성 학대의 연관성, 그리고 동물에 대한 인간의 폭력성이 남성성과 연관되는 지점, 남성의 지배와 육식간의 상관성을 밝혀낼 수 있는 관점들을 제공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시도된 문학분석의 한 예는 흥미롭다. 1920년대 소련 작가인 이삭 바벨 Isaak Babel의 작품 『나의 첫 거위 My First Goose 』는 소련 혁명기에 군사적 남성집단의 사회속에서 폭력성이 어떻게 동물-여성을 그 대상으로 하면서 동시에 ‘남성성 masculinity’으로 발현되는 지를 보여준다. 즉 여기서 여성과 동물은 동일한 범주로서 폭력의 대상이 되고 남성은 폭력성을 동반한 일종의 통과의례를 거쳐 특정한 집단에 의해 남성으로 인정되는 것이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생태주의 논의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현재 그것은 대량 축산, 동물실험, 애완동물의 학대 문제 등으로 이슈화되고 있다. 동물학대는 동물을 물화(物化) Versachlichung하거나 인간화 Vermenschlichung하는 양면성을 띠고 나타난다. 이것은 결국 인간이 동물을 객체화하고 타자화하는 방법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연유한다. 동물의 타자화는 인간 자신의 위상을 구별짓고, 우월한 것으로 정의하기 위한 차별화이며 이로써 인간 스스로의 자연성을 부정하고 자연으로부터 분리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동물을 인간과 다른, 이성이 결여된 존재로서 인간보다 열등한 것으로 보았고, 이러한 동물의 이름을 명명하고 이를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하였다. 서구 철학사에서 동물과 인간과의 관계를 지배관계가 아닌 형제관계로 이해하고자 하는 시도도 없지 않고, 이를 위해 채식주의를 주장하기도 하고, 혹은 자연의 신비화 과정에서 동물의 상태 또한 신비화하는 경향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역시 모두 인간 중심적 관점에서 동물을 규정하는 식이었다. 생태주의 인식에서는 동물의 존재는 인간과의 이해관계 때문에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이기 때문에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이처럼 문학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형상화는 생태주의 관점에서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여성주의 관점에서 동물과 여성의 은유가 가지는 함의를 밝혀내는 일이 가능할 것이다. 여성과 동물의 은유에 대한 관점은 또한 문화비판적 연구에서 중요한 관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중문화, 특히 광고에 등장하는 여성과 자연의 은유는 대체로 여성의 복종, 순종을 강조하는 경우와 (예를 들어, 젖소의 여성화, 새장에 갇힌 여인) 야생동물의 은유를 통해 성적 대상으로 다루는 양태를 보여준다. 두 경우 모두 동물 은유를 통해 대상화되는 여성은 남성의 시각에 비추어진 소비 대상으로 전락한다. 이러한 동물과 여성의 대상화는 이들을 타자화하고 피상적으로 규정하며 소비대상으로서 도구화한다. 이를 비판하고 해체하는 데에 있어서 생태여성주의 시각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IV. 나가면서
본 논문은 생태여성주의 운동이 정치와 이론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문화이론으로서 응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생태여성주의 문학비평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현재 북미와 독일, 그리고 국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생태여성주의 문학비평의 논의를 개괄적으로 소개하였고, 이를 토대로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생태여성주의 문학비평의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여기서는 세 가지 주제에 제한하였다. 첫째, 생태여성주의에서 중심 문제로 제기되는 ‘모성적’ 여성성의 주제가 문학에서 어떤 식으로 담론화될 수 있는가를 논의하였다. 특히 국내의 생태문학비평에서 강하게 드러나는 모성적 여성과 자연의 동일시 경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둘째, ‘여성성’이 사회 문화적으로 구성되는 것처럼 ‘자연’ 역시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해석의 구성물임을 환기시키고자 하였다. ‘자연’과 ‘여성’은 서구의 근대적 인간(남성)의 자아 확립을 위해 타자성으로 규정되었고 이는 1800년을 전후 한 시기의 담론 속에서 특히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같은 담론들이 문학 속에서 어떻게 반영되고 또 문학적 담론은 어떤 차별성을 띠는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일은 중요하다. 셋째, ‘자연’과 ‘여성’의 연관성은 좀 더 구체적으로 동물에 대한 인간의 이해방식을 통해서도 밝혀 볼 수 있다. 이때 ‘여성’과 ‘동물’이 연관되는 다양한 문화적 담론을 분석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이다. 채식주의-페미니즘과 같은 생태여성주의 연구가 이루어 놓은 문화분석은 문학비평에서 새로운 관점으로 적용될 수 있다. 여기에서 다룬 세 가지 이슈 이외에도 예를 들어, 가족 및 대안적 공동체의 형상화, 몸, 섹슈얼리티에 대한 담론을 생태여성주의 관점에서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한 주제의 차원을 넘어서 생태 문학의 글쓰기 자체가 생태적 감수성을 계발하기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언어와 문학적 재현이 어떻게 인간과 자연과의 친밀성을 강력하게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생태 문학이 관심을 두어야 할 새로운 영역이다. 생태여성주의 문학비평은 이처럼 다양한 관점에서 문학을 새롭게 해석하고 문학을 넘어서 문화비평의 담론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여전히 많은 것을 과제로 남겨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