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에서였다. 90년대 들어 상이한 고객기반과 전문 분야를 가진 은행들 끼리나 심지어 증권, 보험사와 은행이 합병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앞의 합병의 장점에 예를 통해 확인했다.
이런 경우의 예는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국민은행이 그나마 가장 근접한 예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제1차 금융조정기간에 국민은행은 장기신용은행을 합병하였다. 제1차 금융조정과정에서 이 두 은행의 합병은 다른 은행의 합병과는 달리 세간의 관심을 끓었다. 왜냐하면 두 은행의 규모 및 업무 성격이 상이해서 합병의 효과에 대해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즉 합병전 국민은행은 예적금 등 상대적으로 저리의 자금을 조달하여 가계 및 소기업에 대출하는 이른바 소매금융 위주의 은행이었다. 반면에 장기신용은행은 금융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주로 기업에게 대출 해주는 도매, 기업금융위주의 은행이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국민은행과 기업금융의 노하우가 있는 장기신용은행이 효율적으로 결합되면 업무다각화 등으로 인해 규모 및 범위의 경제효과가 가시화 될 것으로 평가했었다.
제1차 금융조정으로 합병한 은행 중에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만이 효율성제고가 어느 정도 발생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한다. 이러한 사실은 그 당시 주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었다. 합병은행들의 합병시점을 전후한 1년 동안을 대상으로 합병은행들의 누적추가수익률을 보면 당시 합병 4개 은행 모두 합병시점 3-4개월 이전부터 합병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됨에 따라 누적초과 수익률이 상승하는 패턴을 보였다. 합병 이후에는 조흥 및 한빛은행의 하락세를 지속하였지만 국민 및 하나은행은 상승률을 이어갔다.
그리고, 국민은행은 다시 전혀 다른 성격의 우량은행인 주택은행과 합병을 하였다. 주택금융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주택은행과의 합병으로 총 자산 1229억 달러 세계 60위 규모의 리딩뱅크로서 자리 잡게 되었다. 물론 국민은행은 은행통합을 통해 대형화를 이룩한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은행들을 통합하여 자신의 전문영역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두 번째 내용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은행의 합병 시 새로운 비전의 제시와 더불어 새로운 경영전략수립, 고객관리의 노력을 기울이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앞에서 기술하였지만 은행 합병 시 합병 은행간의 문화적인 이질감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것을 가장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경영진에 의한 새로운 비전의 제시다. 새로운 비전아래 동일한 목적의식을 가진 공동체로 만들어 내야만 합병 초기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합병초기의 혼란한 예를 들자면, 98년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네이션스뱅크와의 합병은 성공적인 초대형 은행간 합병의 교과서로 통하지만, 이 은행들의 경우 합병초기 불안감을 느낀 상당수 고객들이 잇따라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사태가 발생,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결국 이 회사는 새로운 고객관리 기법을 개발해내어 그러한 초기 어려움과 서로의 이질감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넷째, 어찌 보면 거스를 수 없는 대형화의 추세 속에서 과연 소형 은행들은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니치마켓(틈새시장)의 존재가능성을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소규모 은행도 특화를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 년 사이에 금융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서비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 4년 간 600여 개 금융기관이 사라졌지만 선물회사, 뮤츄얼펀드, 자산운용사, 리스회사 등 신종 금융회사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니치마켓을 찾아내어 특화된 은행으로서 존재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우리나라의 국내 은행의 경우 너무나도 예대마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등 수익모델이 상당히 후진화 되어 있는 게 사실이다. 환위험 관리 상품 같은 고수익 상품이나 경영자문 등 다양한 수익원의 개발이 아쉬운 실정이다.
즉, 이러한 소형은행의 경우 얼마나 경쟁력을 지닌 특화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에 따라서 은행의 운명이 좌우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은행의 대형화, 겸업화는 어쩔 수 없는 시장의 요구사항이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배양 할 수 있는 것은 우량은행간의 합병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은행의 합병이라는 것이 곧 대형화, 또는 대형화를 통한 비용절감 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합병을 통해 다양하면서 보다 전문적인 금융서비스를 통해 수익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목적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제1차 금융조정처럼 국가에 의한 부실은행의 정리 목적이 아닌 서로 보완적이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은행간의 필요에 의한 자발적인 통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내외적인 안목으로 시장전체의 상황을 고려한 후 새로운 합병은행에 맞는 새로운 비전제시와 경영전략의 수립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참고 자료-
1. 금융산업의 경쟁력 현황과 과제(은행업 중심으로) - 삼성경제 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희갑
2. 환경개편에 따른 향후 금융사업 구조재편 방향-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권순우
3. 은행구조조정 3년간의 평가와 과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유용주
4. 방카슈랑스 도입이 은행의 안전성 및 효율에 미치는 영향-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지언, 정재욱
5. 『은행! 큰 것만이 아름다운 것인가』 - LG 주간경제. 1999.2.24
6. 『합병은행 탄생 외국 사례의 교훈』 - 중앙일보. 2001.07.27
7. 『시중은행, 다시 시작되는 연말 구조조정』 - 경인일보. 2002. 11.26
8. 한국 금융 학회 사이트. http://dure.net/~kmfa
9. 전국 은행 연합회. http://www.kfb.of.kr
10. 국민은행 노조 사이트. http://kmblu.or.kr
-목 차-
I. 서 론
- 은행 합병에 대한 문제의 제기.
II. 본 론
- 1) 은행 합병의 장점.
- 2) 은행 합병의 단점.
- 3) 우리나라에서의 은행 합병의 문제점.
III. 결 론
- 우리나라 은행 합병의 바람직한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