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적다는 함축을 가져온다. 한편 ‘도’는 어떤 다른 것에 그것이 함께 포함됨을 뜻하는 일에 쓰인다. 그리고 ‘도’에는 극단 예시의 기능과 부정문에서 부정대명사에 결합되면 전체 부정이 된다.
9.4. ‘조차’와 ‘마저’ 및 까지
이들은 대개 ‘도’와 비슷한 ‘또한, 역시’라는 의미를 가진다. 그리하여 이들은 서로 바뀌어 쓰일 수 있다.
(6) 너(도, 조차, 마저, 까지) 나를 못 믿는구나.
그러나 그 세부에 들어가면 네 조사는 미묘한 차이를 일으킨다. 우선 ‘조차’는 화자가 기대하지 못한 일에 쓰인다는 제약을 가진다. 또한 명령문 및 청유문에는 잘 못 쓰이는데, 명령이나 청유는 이미 기대를 하고 말하는 문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마저’는 ‘조차’와 아주 가까운 뜻을 가지나, ‘하나 남은 마지막’이란 의미가 더 강하고 또 기대되는 일에도 쓰이는 일이 있는 점이 다르다. ‘까지’ 역시 기대되는 일에 쓰인다. 대개 ‘마저’는 주로 그 결과가 화자에게 불리한 일에 쓰임에 대해 ‘까지’는 그렇지 않은 일에도 쓰인다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까지’는 ‘조차’와 비교하여 주어 이외의 자리에서 긍정문에 잘 쓰인다는 특징과 ‘부산에서 서울까지’등에 쓰이는 용법도 있다.
9.5. ‘나’와 ‘나마’, ‘라도’
‘나’의 의미
‘나’는 다른 것들을 버리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였을 때 쓰되, 그 선택이 마음에 차지 않는 최선의 선택일 때 쓰인다. 즉 ‘-는 안 되니/되고~나’와 같은 구성을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의 정반대의 상황에도 쓰인다. 이는 특히 희망을 나타내는 조건문, 명령문에서 그러하다. 그리고 ‘나’는 화자의 주관적인 평가가 함축되어 있기에 객관적인 서술에는 잘 쓰이지 않으며 ‘누구, 무엇’등의 의문사와 결합하여 긍정문을 이루면 ‘-이든지, 모두’와 같은 의미를 가진다. 또한 ‘나’는 수량사 다음이나 정도부사 다음에 쓰여 강조의 의미를 강하게 띠는 수도 있다.
‘나마’의 의미
‘나’는 객관적인 상황으로 보아 만족할 만하지만 더 좋은 상태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데, ‘나마’는 그러한 상황에 쓰이기 어렵다. 둘의 차이는 규모(욕심의 정도)의 차이에서 말미암은 것으로 해석된다.
(7) 이 나이에 계장(이나, *이나마) 해서 무얼 하겠니?
‘나마’는 이처럼 작은 욕심 즉 겸허의 의미를 동반한다. 自足을 하면서도 그 자족이 ‘나’ 때보다 그 상황을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족으로 해석된다.
‘라도’의 의미
‘라도’의 의미는 선택이 불가능한 이상적 선택을 대신하는 마지막 수단이다.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나, 나마’와 비슷하지만 차선의 선택이 아닐 뿐만 아니라 마지막 수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9.6 ‘야’
‘야’의 기본적인 의미는 대조이다. 대조를 나타내는 점에서는 ‘는’과 비슷하지만 그 위에 ‘물론, 당연히’라는 의미를 함께 나타내는 점에서 ‘는’과 구별된다. ‘는’보다 화자의 주관적인 느낌이 더 들어가는 조사라 할 수 있다. ‘야’는 대체로 큰 의미 변화 없이 ‘는’으로 대체될 수 있다. 그러나 ‘야’는 ‘는’보다 그 쓰임이 훨씬 제약되어 있다.
(8) 저 산에(는, *야) 벌써 눈이 덮였구나
‘야’는 뒤에 ‘말로’를 결합시켜 쓰이기도 한다. 이때의 ‘야’도 ‘는’으로 대체되지 않는데 ‘야말로’ 전체의 의미는 ‘는 정말’ 정도의 뜻을 가진다. ‘야’도 선택된 것을 좀 더 범위를 한정하면서 강조하는 뜻을 ‘말로’가 추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9)와 같이 ‘야’가 대조되지 않는 상황에서 쓰이면 감탄, 강조의 효과를 가져오므로 시나 노래 따위에 자주 쓰인다.
(9)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