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야기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남북한에 발생하게 될 사안에 대해 정경분리와 상호주의의 적용범위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입장에서는 선별적인 교류를 허용할 것인데, 이에 대해 우리가 과연 북한의 요구를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어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지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 셋째, 정경분리 원칙에서 남북농업협력은 이중적인 대남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여 남한정부가 어떻게 탄력적인 대북정책을 수행할 것인지 논의되어야 한다.
Ⅷ. 결론
북한농업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 주는 통계자료는 아직 접할 수 없다. 그러나 간헐적이나마 북한 당국의 발표도 나오고 있고 국제기구의 추정과 조사 자료도 과거에 비해 풍부한 편이다. 또한 방북자와 탈북자들의 증언 등을 종합하면 관련 실상에 대한 정황을 알 수 있다. 그 정황은, 지금 북한농업이 사상 초유의 생산성 저하를 겪고 있으며, 경제난에 따라 부족한 식량 수입도 여의치 못해 주민이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식량을 자급해 오던 저개발 경제에서는 기상 변동 등의 요인으로 일시적인 식량위기를 겪곤 한다. 이 경우 후유증이 남기는 하지만 농업생산을 저하시켰던 요인이 사라지면 식량수급 사정은 평상시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상례이다. 이에 비교하여 북한의 식량위기는 대홍수가 발생 본격화되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쉽게 해소될 수 있을 만큼 낙관적인 상황이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에 따라 북한은 최근 ‘전력(電力)의 원활한 공급’과 함께 ‘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그만큼 자원이 농업 부문에 많이 배분될 것이며 이에 따라 농업생산도 다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우선적 자원배분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전히 ‘전인민의 동원’이라는 전통적 방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방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간의 북한농업은 많은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 집약적인 농법체계를 채택했다. 이 농법은 생산요소의 고투입을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이를 공급하는 비농업부문에 크게 의존한다. 북한은 경제발전 초기단계에서 공업화에 매진했으며 그에 따라 농업 부문에서 필요로 하는 농업생산요소를 비농업부문에서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존자원이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공업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원자재의 도입이 필수적이며, 이에 따라 외부와의 경제교류는 경제순환의 중요한 요건이 된다. 자립경제 건설을 표방해 온 북한경제가 외부세계에 크게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주의경제권이 해체되기 시작한 80년대 말부터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든 북한경제 상황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경제의 회생, 농업생산성 회복에는 주민의 동원도 필요하지만 외부세계와의 경제교류협력을 회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회주의경제권 해체 이후 북한경제의 새로운 파트너는 서방세계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들은 북한에게 생소한 거래를 요구하고 있다. 즉, 서방세계와 상업적으로 거래할 준비를 갖추지 못한 북한에게 그 자세를 속히 갖추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권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개혁과 개방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를 권고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북한경제의 개혁과 개방이 어떻게 시작되고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밑그림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의 입장에서는 외부에서 논의하고 있는 개혁과 개방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 대해 권고하는 입장에 서 있는 우리의 이해도를 먼저 높이는 동시에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서도 개혁과 개방을 구체화시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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