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한 면에서 나는 분단구조의 극복과 양 체제의 자기 모순 해소는 상호 부정과 그것을 통한 변화발전의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남한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극단적인 통일운동 지상주의나 그것의 역편향으로서의 계급투쟁 원칙론 등은 분단구조와 체제 모순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향으로서의 위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정한 민중의 민주적 삶과 민족적 대립의 극복은 체제의 변화와 분단구조의 해소라는 양자의 역동적인 관계를 고려한 실천속에서 가능할 것이다.
2. 양 체제의 대항 이데올로기 형성의 과제
북한의 1인 독재체제는 김일성과 그 후계자에 의해 2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직까지 커다란 동요나 질서재편 요구의 도전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국제정세의 변화는 북한 사회체제의 변화를 끊임없이 강제할 것으로 역시 추측할 수 있다. 그것은 국제적 고립과 극단적인 경제의 침체속에서 일단 경제적 문제의 타개를 위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며, 그것은 이후에 또한 정치적, 체제적 변화로까지 이어질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폭압적인 독재속에서 유보되고 있는 북한 민중의 민주화와 삶의 질적인 발전에 대한 열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밖으로 표출되지 않았고 그래서 확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은 분명 북한사회의 변화와 체제 모순 해소의 가장 커다란 요인으로 작용할 것임을 나는 의심치 않는다.
북한의 독재체제 지속에 비해 남한은 독재의 표피적인 모습은 극복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정치적 민주화에는 수많은 산적한 문제가 남아있으며, 민중의 질적인 삶의 발전은 여전히 상당히 유보적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에 따라 지배권력의 폭압적인 통제하에 있는 북한과 달리 남한에서는 나름대로의 대항 이데올로기 형성과 확장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분단의 상황은 아직까지 정권의 안정화에 이용되고 있으며 민중들 역시 내면적으로 분단구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유신체제와 그 이후의 군부정권의 일탈적 정치행위의 관행화를 통해 형성된 정치에의 무관심, 체제 변화에의 체념은 민중들에게 어느정도 관성화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진정한 의미의 유신체제 및 독재의 해체는 완결된 것이 아니며 그것은 대항 이데올로기의 형성과 확장에 커다란 장애물이 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서 저항세력 내에서도 극단적인 편향의 모습을 갖게 되는 오류를 빚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는 양 체제 모순의 해소와 분단구조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상정함에 있어 관념적이고 편향적인 모습을 지양해야 한다. 두 문제는 분명 상호작용의 관계에 있으며, 그러한 통합적인 사고를 통해서만이 올바른 대항 이데올로기를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실천을 통해서 검증되어야 하며, 그러한 과정은 민중들의 삶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게 될 때 민족적 대립의 극복과 그를 통한 진보적 사회의 발전이라는 우리의 열망은 힘을 가질 수 있으며 진정 민중을 위한 사회의 건설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