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신보수주의자들의 이상을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잇는 기회를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나 집권 직후 부시 대통령의 모습은 신보수주의자라기보다는 전통적 보수주의자에 가까웠다.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만한 국제적 개입주의’를 비난하고,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 관심과 행동을 집중하는 ‘선택적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클린턴 행정부에 대한 비난의 골자는, 국방비는 줄여가면서 미국의 대외 군사개입을 소말리아에서 보스니아 등지로 확대, 미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미국 대외정책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미국의 국가이익을 위한 외교인지, 국제사회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외교인지 분간이 안 간다는 논리였다. 이렇게 볼 때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고립주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국제사회와 일정한 거리를 둠으로써 대외문제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데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2001년 9월 발생한 ‘911테러’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911테러’는 미국 국민 상당수로 하여금 ‘군사력 우선주의’, ‘정권교체’, ‘선제공격’ 등 신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귀 기울이도록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특히 ‘911테러’이전까지 전통적 보수주의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부시 대통령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시보수주의 정책을 상당부분 수용하고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 번째 시험대로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정권 교체의 대상으로 ‘선택’되었다. 미국은 자신이 가진 힘을 감추기 보다는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국제질서 확립과정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