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 그런데 종교를 믿는 사람이 만일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고 믿을 것이요, 또 도덕을 지키는 사람이 만일 사람을 죽였다고 하면 그 사람은 양심의 가책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형법(刑法) 제250조에는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이 조문을 풀어 보면, 먼저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만일 사람을 죽인 자가 있을 때에는 국가에서 재판을 하여 강제적으로 사형이나 징역을 보낸다는 뜻이다. 즉, 법도 도덕이나 종교와 같이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 는 사회규범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은 같으나, 그 규범을 어긴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은 다르다. 법규범을 어긴 사람은 국가가 직접 권력을 발동하여 강제로 사형이나 징역을 보낸다. 이 강제성이 법과 다른 사회규범과 다른 점이다.
그런데 법의 본질을 강제성을 띤 사회규범이라고 생각하는 데 대하여 반대하는 학자도 있다. 첫째로 규범과 법칙, 당위와 존재를 엄격히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요, 둘째는 법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강제성보다는 사회의 관습으로 저절로 지켜지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요즘에는 자연과학, 특히 양자물리학(量子物理學)의 발달로 물질의 내부구조의 운동법칙이 불확실성(不確實性)의 원리로 인하여 보편타당성을 띤 법칙성보다 그 속에도 법칙대로 가지 않는 자유성이 있다는 것이 밝혀져 법칙과 규범, 사실적 존재와 당위적 규범의 구별이 애매하게 되었다. 또 국가의 강제성에만 의존하는 준법(遵法)보다는 국민의 자발성(自發性)에 의한 준법이 더욱 가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법의 강제성도 문제가 된다. 그런데 법에 의하여 이익을 보는 사람, 즉 향익주체(享益主體)는 누구이며 법이 규율대상으로 삼는 사람, 즉 수범객체(垂範客體)는 누구인가. 전제주의(專制主義) 시대에는 법의 이익을 보는 것은 국가요, 법의 규율대상은 국민이라고 생각되었지만, 오늘과 같은 민주주의 시대에는 그 때와는 반대의 입장에서 법의 이익을 보는 사람은 국민이요, 법의 규율대상은 국가라고 생각되고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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