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찾는 어머니의 모습은 체제와 계급에 희생된 인간의 모습이라기보다 딸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는 또 다른 선택이다. 황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구현된 자주적 여성상은 지배체제에 의해 한 인간으로서의 실존의 의미보다 집단적 이념에 종속된 인간형, 정절 이데올로기 등을 해체하는 개체적 인간으로서의 자아정체성의 의미를 지닌다.
Ⅲ. 결론 및 개인적 고찰
소설과 역사의 차이란 상상력의 질적 차이가 아니라 단지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 황진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북한의 작사 이태준과 홍석중은 서로 다른 '역사적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태준의 「황진이」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쓴 소설이다. 이태준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황진이를 쓰기보다 읽고 싶어 한 사람'으로 문헌에 나타난 시적을 모아 처음 소설화했다. 문학의 암흑기라고 불리는 1930년대 신문연재소설로 76회 분을 연재하다 신문사의 휴간으로 연재를 중단하고 뒷부분을 추가 개작하여 대중들에게 선보였다. 이태준의 「황진이」는 그녀의 비운의 삶을 부각시키는 데 초점을 놓고 왜 그녀가 기생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와 기생으로의 삶을 형상화하고 있다. 신분차별에 분노해 자신과의 혼사를 거절한 김찬관 부자를 우롱하고 송도유수의 수정을 거절하는 등 '황진이'는 현실에 극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인다. 일제시대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생존을 위한 우회적 방법으로 반상철폐에 항거하는 '황진이'를 그녀의 시와 함께 낭만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홍석중의 「황진이」는 2000년대 출간된 것으로 북한 역사소설의 변화상과 더불어 남한 역사소설과의 차별성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는 기존 '황진이'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과는 다르게 '황진이'의 하인인 '놈이'가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사건 전개도 지배계급의 위선을 폭로하기 위한 성격을 주로 보여준다. 봉건사회 인물인 '황진이'를 소재로 소설화했지만 홍석중의 「황진이」는 '놈이'를 전면에 내세워 부정부패한 지배계급과 투쟁하는 '영웅 중의 영웅'으로 형상화해 건강한 민중성을 표현해 내고 있다.
이러한 이태준의 「황진이」와 홍석중의 「황진이」에서는 주인공 '황진이'에 대한 탐구를 '억압되지 않은 자유', '타인에게 열려 있음'을 공통으로 하고 있으며, 작가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새로운 모습과 '황진이'를 계속 창조하고 있다.
이태준의 「황진이」에 나타나는 주인공 '진이'는 소설 속의 이야기의 중심이 됨은 물론, 스스로 양반사회 및 계급사회를 조롱하고, 사랑의 주체가 되는 등 유교적 사회의 시대상을 벗어난 자유롭고 능동적인 여성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하고 있는 홍석중의 「황진이」는 계급과 체제, 성 영역의 해체를 여성 '황진이'가 아닌 사람 '황진이'로써 그려내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Ⅳ.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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